우리 정치가 개판이라고?그들의 열정만은 세계 최고
내 경우를 들여다봐도 마찬가지다. 나는 요즘 매일 방송국을 왔다갔다 한다. MBC에서 ‘지금은 라디오시대’라는 두 시간짜리 생방송을 최유라 씨와 함께 진행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방송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에 가입되어 있는 직원들은 파업하는 동안 책상을 비워놓고 있다. 요즘은 비노조원이 방송 일을 떠맡는 방식으로 대충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 나는 애매한 입장이다. 옳다 그르다 판단을 못한다. 왜냐하면 나는 방송국 비정규 임시계약직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궁금해서 동료 직원들한테 묻고 싶지만 제대로 묻지도 못한다. 내 앞, 내 옆에 있는 동료들이 회사 편인지, 노조 편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료한테 ‘야! 넌 회사 쪽이냐, 노조 쪽이냐? 파업 편이냐, 노(no) 파업 쪽이냐?’ 대놓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까 요즘은 아예 무슨 얘기가 있다 해도 소곤소곤 수준에서 끝이 난다. 이것이 요즘 내 주변의 정치풍속도다.
어찌해서 임시직이라고 자기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파업 중인데 할 말이 없겠는가. 무임금 무노동의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는데 어찌 할 말이 없고 안타깝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도 나는 입을 다물고 있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방송에 몸담고 있는 이상 내 개인 생각이든 속생각이든 정치에 관련된 얘기든 밖으로 드러내선 안 된다.
우리나라 국민처럼 정치에 잘 대처하는 국민도 없고 우리나라 정치인처럼 혼신을 다해 정치를 잘하는 경우도 없다. 그 방면엔 단연 세계 최고다. 국회에서 방방 날며 치고받고 할 때도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 얼마나 애국심이 강하면 저토록 방방 날아다니며 팔다리를 휘두르실까.’ 동아일보 독자들이여! 믿어주시라. 나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추호도 어느 한편에서만 들어주십사하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는 보수도 오케이, 진보도 웰컴이다. 총선거가 코앞이다. 아무나 당선돼도 상관없다. 왜냐하면 하나같이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말 그대로 애국 청년들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 최고! 쭉쭉 나가라!
가수 조영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