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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CEO 40여명, 中企에 재능기부 “경영 조언한 날엔 얼굴까지 환해져”

입력 | 2012-04-06 03:00:00

김성덕 위원장이 밝히는 ‘전경련 경영닥터’ 보람과 매력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경영닥터제 발대식에서 김성덕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위원장(전 연합철강 대표)이 그동안의 성과보고를 받으며 활짝 웃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경영에 관해 조언을 해주고 들어오면 집사람이 ‘오늘 중소기업 다녀왔나 보네’라고 알아봅니다. 내색을 안 해도 흐뭇한 표정이 다 드러나나 봐요.”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2012년도 제1기 경영닥터제 발대식’에 참석한 김성덕 전 연합철강 대표(67)는 이렇게 말했다.

경영닥터제는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운영하는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자문단)이 체계적으로 중소기업을 돕자며 2007년 만든 대표 프로그램이다. 은퇴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나 임원들이 ‘멘토’가 돼 현장에서 자문에 응한다.

○ “재능 기부하겠다” 은퇴 임원 몰려


발대식에는 삼성전자 포스코 등 대기업 19곳의 동반성장 담당 임원과 중소기업 대표 44명, 그리고 자문단 위원 40여 명이 참석했다. 참여하는 중소기업은 지난해보다 16곳 늘었다. 성과가 나고 참가비도 무료이니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멘토 역할을 하는 대기업 출신 퇴직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이들은 교통비 정도만 받을 뿐인데도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하겠다며 줄지어 참가 신청을 한다. 지난달 신규 자문위원 20명을 위촉할 때는 40여 명의 쟁쟁한 지원자가 몰려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절반가량을 걸러야 했다.

“자문위원들은 대부분 업계에서 일가를 이루고 이제 뭔가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하는 사람들입니다.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고 필요로 한다는 사실까지 확인할 수 있으니 의욕이 솟을 수밖에 없는 거죠.”

김 전 대표는 2005년 자문단에 합류해 지금까지 65개 중소기업에 모두 137차례 컨설팅을 해줬다. 그런 성실함으로 지난해 8월 자문단 위원장이 됐다.

김 전 대표는 “대기업에서 수십 년을 지낸 임원은 자기 분야 기업의 사업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현황과 애로사항을 상당 부분 파악한다”며 컨설팅의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한 뒤 직원 8명인 문구 대리점을 운영한 경험도 있다. 그 때문에 중소기업 사장들의 고민을 다른 자문위원들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 해외 진출 제안하며 출장까지 동행


김 전 대표는 “중소기업 사장들은 보통 자기 분야에는 전문가이지만 회사를 키우는 데 꼭 필요한 마케팅이나 조직관리에 약하거나 수금에 신경 쓰느라 정작 중요한 일을 못할 때도 있다”며 이런 중소기업에 경영닥터제가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멘토의 분석이 정확하다고 항상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사장 중에는 대기업과 인맥을 쌓는 용도로 자문위원을 활용하려는 이도 있고 “우리 회사는 내가 제일 잘 안다”며 고집을 부리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손님’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잊는 자문위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는 2010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경북 포항의 제철설비 제작업체인 한성중공업을 도운 일이 기억할 만한 사례라고 했다. 그는 판로 개척에 고민하던 이 회사에 “국내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들어섰으니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인도네시아에 제철소를 짓는 포스코와의 동반 진출을 제안하고 출장에 동행하기까지 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발대식에 참석한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우수한 자문위원들이 최선을 다해 지원할 테니 우리를 믿고 회사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아 달라”고 당부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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