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소아과 의사돼 아이들 돌보겠다고 했는데…”

입력 | 2012-04-05 03:00:00

■ 美 총기난사 희생자들 사연




“딸은 아이들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소아과 의사가 되려는 꿈을 키워왔지요.”

2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의 오이코스대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리디아 심(심현주·21·여) 씨의 아버지 심영민 씨(52)는 소아과 의사를 꿈꿔왔던 딸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심 씨를 비롯해 범인 고수남(원엘 고·43)의 총기 난사로 숨진 희생자 7명의 신원이 공개됐다. 한국계는 심 씨와 그레이스 김(김은혜·23·여) 씨이며 나머지 희생자는 필리핀 티베트 나이지리아 등 출신이었다. 범인의 광기가 미국에서 소수인종이지만 주경야독하며 꿈을 키워가던 학생들의 삶을 짓밟은 것이다.

심 씨의 남동생 대니얼 씨(19)는 3일 오클랜드 트리뷴 등 언론 인터뷰에서 “누나는 매일 오전 6시경 등교해 간호학과 공부를 한 뒤 오후 4∼8시에는 인근 안과에서 일하는 등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고 말했다. 심 씨는 샌프란시스코 태생으로 할머니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이민 3세대. 간호사가 되어 열심히 일하다 장차 의학대학원에 진학해 소아과 의사가 되려던 심 씨의 꿈은 무자비한 총격으로 산산이 부서졌다.

또 한 명의 한국계 희생자인 그레이스 김 씨를 추모하는 글은 온라인에 계속 이어졌다. 한 친구는 “은혜야 사랑한다. 천사의 날개가 너의 온몸에 드리우길”이라고 위로했다. 김 씨가 일했던 비제이식당의 종업원들은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성실한 삶을 살았던 고인을 추모하며 슬픔에 잠겼다.

희생자 중에는 티베트 망명자의 후손인 소남 초돈 씨(33·여)도 포함됐다. 그는 미국에 오기 전 인도 다람살라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 교육부에서 5년간 일했다. 티베트인 망명자 공동체의 테포 툴쿠 씨는 “초돈 씨는 미국에 오자마자 자원봉사를 하며 티베트 지역사회에 기여했다”며 “그녀가 간호사가 되려고 했던 것도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 출신인 체링 린징 부티아 씨(38)는 샌프란시스코 노스비치 인근에서 혼자 살면서 밤에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터널 청소를 하며 간호사의 꿈을 키워왔다.

주디스 세이모어 씨(53·여)는 세금분석가로 일하다 일자리가 인도로 아웃소싱되는 바람에 해고되자 간호사로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만학의 길에 나섰다. 2개월 후면 자격 취득에 필요한 수업을 모두 마칠 예정이었다. 세이모어 씨의 약혼자는 “그녀는 항상 간호사가 되는 걸 매우 자랑스러워했으며 함께 그 목표를 위해 공부하는 과우들을 정말로 사랑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오클랜드=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