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부자 증세’ 공약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부자들이 ‘세금 폭탄’을 피할 묘수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상속이나 조기 증여 방안을 고민하는가 하면 금융상품을 고를 때도 수익률보다 절세상품을 최우선으로 따지려는 분위기다.
○ ‘증세’ 공약이 낳은 새로운 고민
며칠 전 손자를 본 신모 씨(65)는 손자에게 금융상품을 증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손자에게 증여하면 세금이 30% 더 늘어나지만 아들, 딸에게 이미 준 금액이 많아 손자에게 바로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씨는 “자녀에게 갔다가 어차피 손자에게 넘어갈 돈이라면 바로 손자에게 증여하는 것이 세금이 덜하다”며 “세금을 얼마 내느냐에 따라 물려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금융종합과세 기준을 3000만 원으로 낮추고, 장기적으로 2000만 원으로 내리겠다고 밝힌 상태다. 민주통합당도 금융종합과세 기준으로 3000만 원을 제시했기 때문에 어느 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든 이 기준이 낮춰질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 신설 등 계속되는 부자 증세 논의도 부자들을 수익률보다 ‘세테크’를 통한 절세전략으로 몰아가고 있다.
○ 금융상품도 ‘절세’가 고려대상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증권업계에서도 비과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방카쉬랑스 상품이 단연 인기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저축보험과 즉시연금 등 방카쉬랑스 판매금액은 올 1월 35억 원에서 2월 49억 원으로 늘어났다. 3월 들어서도 16일까지 무려 112억 원이나 팔렸다. 가장 인기가 높은 방카쉬랑스 상품은 최소한 연 4.0%의 금리를 보장해주는 저축보험 상품이다. 연금을 수령하다가 사망하면 원금은 자녀에게 상속할 수 있는 즉시연금도 자산을 자녀에게 이전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도 장기채, 물가채, 브라질 국채 등이 절세투자 상품으로 꼽힌다.
동양증권 김대혁 상무는 “장기투자 시에는 세금의 차이가 투자 수익의 상당 부분을 결정한다”며 “코스피가 2,000 선을 넘어섰지만 방향성이 모호한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수익률을 쫓기보다 세금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 요즘 자산가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