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찬 올림푸스홀 예술감독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와 ‘취화선’에 드러나 있듯 우리나라 양반들도 그랬다. 사랑방에 모여 학문을 논했으며,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지어 읊었다. 평소 아끼고 보살피는 재인들을 불러들여 한바탕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도 이렇게 시작되길 바란다. 잘 알지도 못하고 마음에 와 닿지도 않는 것을 의무감으로 도울 일이 아니다. 회사의 이익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본다. 회사 안에 사랑방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예술가뿐 아니라 각계의 전문가도 불러들여 의견을 묻고 들어야 할 것이다.
고위 임원뿐만 아니라 가급적 회사 구성원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과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서다. 예술이 이룰 수 있는 보람 있고 뿌듯한 유무형의 성과에 동참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그런 경험이야말로 후원에 참여한 모두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예술을 통해 삶의 풍요로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뜻있는 기업들이 새로 사옥을 지을 때 공연장을 들이거나 전시장을 꾸미는 일이 늘고 있다. 이익을 우선하는 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그런 만큼 그 장소를, 어떤 용도보다도 먼저 임직원들이 문화와 예술을 배우고 즐기는 사랑방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기업 안에서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 무르익으면 깊고 그윽한 예술의 향기가 밖으로까지 널리 퍼져서 사회 전체의 삶을 여유롭고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승찬 올림푸스홀 예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