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조세공약이 뚜렷하게 차별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함께 조세정책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 법인세 인상 등 대기업 세부담 늘려
민주당은 ‘0.1% 대기업 증세’라는 명분을 내걸고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의 세율을 현행(22%)보다 3%포인트 높인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2억 원 이하 10% △2억∼200억 원 20% △200억 원 초과 22%인 현행 법인세 구간과 세율을 △2억 원 이하 10% △2억∼500억 원 이하 22% △500억 원 초과 25%로 조정해 연간 2조8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을 계획이다. 또 진보당은 법인세 과표 1000억 원 초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최고 세율을 30%로 종전보다 8%포인트나 높이기로 했다. 적용 대상인 200여 개 대기업으로부터 연간 12조4000억 원의 법인세를 추가 징세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법인세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대기업 세부담을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자(子)회사 출자를 통한 배당금 수입, 자회사 출자를 목적으로 빌린 자금의 금융비용을 법인세 공제대상에서 빼서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세 전문가들은 자회사가 법인세를 낸 뒤 남은 돈으로 모(母)기업에 지급한 배당금에 다시 법인세를 매기는 것은 명백한 ‘이중 과세’로 대부분의 선진국이 폐지한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제 표준을 뛰어넘는 규제나 중(重)과세는 결국 한국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외국인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 고소득층 소득세 대폭 증세
민주, 조세개편안 발표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가운데)가 2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소득세 과세표준 최고구간을 1억 5000만 원으로 대폭 낮추는 내용의 ‘민주당 조세개혁방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당내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섭 정책위의장, 한 대표, 장병완 의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에 반해 새누리당은 소득세 최고구간 세율을 38%로 높인 지 2개월이 채 안된 점을 감안해, 소득세율 개편은 검토하지 않을 방침이다. 재정부 세제실은 “고소득층에만 ‘징벌적’으로 세금을 물릴 경우 근로와 투자의 인센티브가 감소하는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이자, 배당 등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도 현행 40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낮춰 연간 400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과세되는 대주주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과 관련해, 민주당과 진보당은 ‘공시가격 9억 원 이상 주택(1주택자 기준) 또는 토지’에서 ‘6억 원 이상’으로 낮춰 종부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 야당끼리 상반된 간이과세 공약
민주당은 영세사업자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을 ‘연간 매출액 4800만 원 미만’에서 ‘8400만 원 미만’으로 대폭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부가세 간이과세 제도는 소액거래를 많이 하는 연매출 4800만 원 미만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부가가치세를 납부하기 위한 회계자료 정리의 어려움을 덜어주도록 세금계산서 발행과 교부, 장부작성 의무 등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탈세의 방편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정부는 ‘세원(稅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대상을 축소해 왔다.
재정부 관계자는 “민주당 안대로 기준을 올린다면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까지 세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같은 야당인 진보당은 ‘2400만 원 이상 간이과세자 세금계산서 발급 의무화’라는 방식으로 오히려 간이과세 기준을 낮춰 세원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