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사회부 차장
가상의 일이지만 만일 이런 뉴스가 요즘 보도됐다면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반응은 어땠을까. “현 정권의 도덕성 타락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건이다. 장갑만 가져 나왔다는 것을 누가 믿겠느냐.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 정권의 숨은 비리를 낱낱이 밝혀내지 못한다면 특검을 해서라도 밝혀야 한다”고 하지 않았을까.
한 대표는 15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연 기자회견 회견에서 내각 총사퇴를 거론했다. 그는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과 ‘부패와 비리’는 출범을 같이했다”며 대통령 주변에서 연달아 터지고 있는 ‘권력형 비리’를 직접 겨냥했다.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에 책임을 요구하는 야당 대표의 주장은 큰 파장을 낳을 법했지만 ‘내각 총사퇴’ 요구는 며칠도 안 돼 힘을 잃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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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아닌 당직자가 현 정권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내각 사퇴를 거론했더라면 훨씬 설득력과 파급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적어도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지느냐”는 말은 없었을 것이다. 무죄 선고가 나긴 했지만 그가 국무위원으로서 한 행동에는 심각한 도덕적 결함이 있다는 데 이견을 가지는 국민은 거의 없다.
한명숙호(號) 민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해 그가 가진 도덕적 잣대로 국정이 운영되는 상황을 상상해 보자. 총리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업자를 만났을 때 ‘룸살롱 대신 저녁 밥’ ‘해외여행 접대 대신 국내 여행’ ‘한우 갈비 대신 수입 쇠고기’ ‘대형 외제차 대신 국산 소형차’ 정도는 받아도 괜찮은 잣대를 적용할 것인가. 한 대표 자신이 말했듯 2012년은 반성과 변화의 해가 되어야 한다.
이동영 사회부 차장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