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간고등어 드셨나요? 우리 제품 쓰신 겁니다
산소흡수제의 국내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한 인천 남구 주안동 립멘의 서윤덕 사장이 7일 신제품을 설명하고 있다. 산소흡수제를 부착한 튤립 모양의 와인 마개로 막으면 마시던 와인의 향과 맛이 그대로 유지된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donga.com
립멘은 이 상품 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 계열사인 ‘미쓰비시 가스’를 제치고 뉴질랜드 시장에 진출한 저력이 있다. 세계 1위의 육포 제조업체인 ‘잭 링크스’ 뉴질랜드 공장에는 미쓰비시의 산소흡수제가 공급됐지만 서 사장이 공략한 끝에 2년 전부터 립멘 제품으로 바뀌었다.
“미쓰비시 산소흡수제가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데, 해외 경쟁에서 립멘 제품이 조금씩 이겨 나가고 있어요. 잭 링크스 미국 본사 공장에 납품하려면 엄청난 시설 투자를 해야 했는데, 먼저 뉴질랜드 공장부터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습니다.”
립멘 제품은 풀무원, 대상, CJ 등 국내 식품회사 2000여 곳에 공급된다. 요즘 건강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영세 식품업체도 이 제품의 사용을 당연시할 정도로 수요가 늘고 있다. 국내 1위 국수 제조업체인 A식품은 “전국에 국수를 유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산소흡수제 덕택”이라고 칭찬한 바 있다.
산소흡수제는 가공식품을 오랜 기간 보존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냉장, 냉동 등 보관상태에 따라 6∼72시간 이내에 식품제품 포장 속 산소를 0%로 줄여준다. 그래서 진공포장 여부가 중요하고, 그에 맞춰 산소흡수제 종류도 100가지가 넘는다.
서 사장은 “명절 때 고급 선물용으로 판매되는 과일에 둘러싸인 ‘띠지’ 안쪽에도 부패를 방지하는 제품이 들어가 있다”며 “식품을 안전하고 좀 더 오래 보전할 수 있는 기술이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1990년 초 원가가 30원이었던 산소흡수제를 20년이 지났는데 절반 값인 15원에 납품하고 있다”며 대기업-중소기업 공생관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기업 총수가 ‘기업체 동반협력’을 외치더라도 현장에선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는 것.
그간 대량생산, 기술개발을 통해 생존해 왔지만 자칫 생산원가 이하로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립멘은 기존 제품을 응용한 신제품 ‘와인 세이버’를 출시해 활로를 찾고 있다. 이 신제품은 와인 코르크 마개를 대용할 플라스틱 ‘세이버’ 속에 산소흡수제를 부착한 것이다. 마시던 와인을 이 병마개로 막으면 맛과 향을 처음처럼 유지하는 효능을 지녔다. 최근 소믈리에(와인감별사) 4명이 코르크 마개와 비교해 립멘 세이버의 우수성을 인정하는 테이스팅을 한 사실이 와인 전문지에 소개됐다.
서 사장은 “사내 부설연구소가 꾸준히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식품기술박람회’ 등에 업그레이드한 산소흡수제 제품을 계속 출품해 공급 출로를 다양화하겠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