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경제부 기자
한국거래소는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화의 시가총액은 2조9000억 원,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비중이 0.25%로 주주만 4만4000여 명에 이른다. 외국인 비중도 20%를 웃돈다. 적어도 2주일간 거래정지가 됐다면 증시에 미칠 파장이 상당했을 것으로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한국거래소가 ‘대마불사(大馬不死)’를 피할 수 없었던 배경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 결정으로 한국거래소는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원칙을 어긴 데다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에도 할말이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상장폐지 심사대상에 올랐다가 회사의 개선계획과 소명, 즉 ‘반성문’만 받고 거래정지 없이 심사 대상에서 빼준 전례는 없었다. 통상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결정까지 2주일 이상 걸렸고, 이 기간에는 예외 없이 거래가 정지됐다. 지난해 코스피시장에서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마니커와 보해양조도 거래 정지 후 심사기간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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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와 투자자들은 ㈜한화가 거래정지 되지 않아 뿔이 난 것이 아니다. 한국거래소가 심사 대상과 관련해 명확한 원칙 없이 ‘대기업이라 파장이 우려되니 신속 처리한다’는 식의 주관적인 잣대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한화와 관련된 기사에 이런 댓글을 남겼다. “이제 어느 대기업이 횡령·배임을 두려워할 것인가.”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