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모는 없다/데이비드 에러너비치 지음·이정아 옮김/544쪽·1만8000원·시그마북스
최근 가장 큰 음모론의 소재는 9·11테러다. 음모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항공기가 빌딩에 충돌하기 직전에 승객들이 가족들과 나눈 통화에 의구심을 보내며 사건이 조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운항 중인 여객기에서는 휴대전화 통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근거다. 이는 일부 언론이 휴대전화 통화 내용이라고 보도한 것과 일부 학자의 통화 실험 결과를 흔들릴 수 없는 사실로 과장해 근거로 삼은 것이다. 사고 당시 많은 통화가 기내전화로 이뤄졌으며, 항공기 운항 중에도 기지국 근처를 지날 때는 통화가 된다는 연구 결과에 대해서는 애써 눈을 감는다.
1969년 아폴로의 달 착륙이 미국 정부와 미항공우주국(NASA)의 조작극이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그럴듯하게 포장돼 확산되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오컴의 면도날’만 활용해도 허황된 말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14세기 프란체스코 수도사인 오컴의 윌리엄(William of Ockham)이 만든 이 논리 필터는 ‘두 가지 가설이 있다면 새로운 가정이 적게 들어 있는 쪽이 다른 쪽보다 더 개연성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덜 은밀하고, 덜 복잡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진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