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낙선재 굴뚝.
그렇게 따지고 보면 두 가지가 남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는 한글이고, 또 하나는 우리의 주거문화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전 세계의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만든 사람이 알려진 문자다.
그러나 만든 지 600년이 넘었음에도 아쉽게도 우리가 한글로 사고하고 쓰기 시작한 것은 고작 60년 정도다. 조선시대에는 사대부들에게 외면 받았고, 일제강점기에는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글은 아직도 미완이고 완성해 가야 하는 진행형이다. 더 정확한 발음을 위해 사라진 철자들을 살려야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고전을 더 많이 번역해야 하고, 서양의 개념들을 우리말로 정착시켜야 할 필요가 있으며, 더 많은 시와 소설이 실험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조선 집에는 화장실도 독립적으로 있었다. 서구에서는 18세기까지 요강을 썼고 오물을 길 밖에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숙녀들을 업어서 오물 천지인 길을 건너 주는 직업까지 생겼다. 그에 비해 우리는 기원전 2세기부터 온돌을 썼고, 오래전부터 화장실을 갖고 있었고, 태양의 남중고도로 처마의 길이를 정했으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함성호 시인·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