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해외에서 투자자를 만나 사정해도 꿔주지 않고…그때는 한국 은행들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외화난은커녕 과잉유동성을 걱정해야 할 처지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자금시장을 총괄했고 지금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리스크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시중은행 임원의 회고다. 그의 말을 들으니 4년 전 급박하게 돌아가던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되살아났다.
2008년 9월 금융위기 전후 한국 경제는 거대한 폭풍우의 한가운데 있었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에서 기록적인 매도세를 이어갔고 은행은 달러가 바닥이 나 정부로부터 외환보유액을 긴급 수혈 받아야 했다. 외환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요동쳤다. 해외 투자은행과 외신들은 한국의 외화유동성과 가계부채 등을 문제 삼아 “한국 경제가 다시 외환위기 조짐을 보인다”며 위기를 부채질했다. 지금의 대내외 경제 상황은 ‘미국발(發) 위기’가 ‘유럽발 위기’로 바뀌었을 뿐 그 여파와 강도는 무시할 바가 못 된다. 당시 주기적으로 위기설이 찾아온 것처럼 유럽의 채권만기가 집중돼 있는 올 2∼4월에 큰 위기가 온다는 전망이 나온 것도 비슷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위기에 맞서는 한국 경제의 ‘체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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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경제부 기자
유재동 경제부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