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집에서 얌체 거래… 고추장 등 남한제품도 팔려
김정일 사망 전 北장마당 지난해 11월 말에 촬영한 함경북도 나선시 한 장마당에 있는 점포. ‘장마당’이라는 이름과 달리 밝은 조명 아래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 ‘외제’ 공산품이 진열장에 가득하다. 나선=동아일보 통신원 A 씨
쌀과 채소 등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주민들은 장마당에 나와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집으로 찾아가 웃돈을 주고 구입해야 했다. 평소에도 같은 물건이 중국보다 2배가량 비쌌는데 애도 기간에는 그보다 더 높은 가격을 물어야 했다. 상인들 중에는 일부러 집에다 쌓아놓고 높은 가격으로 파는 얌체도 있었다고 한다.
쌀 1kg이 김정일 사망 직전에는 북한 돈으로 3300원가량이었는데 북한 주민의 월급이 보통 2000∼3000원이어서 한 달 월급에 맞먹었다. 신선한 사과는 1kg에 3500∼4000원으로 더 비싸 웬만한 사람들은 살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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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마당의 공산품과 의류 등은 대부분 중국에서 도매로 들여온 것들이다. 어느 가게 진열장에는 고가의 수입품이 가득 차 있기도 했다. 일부 고추장과 쌈장 등 제품에는 한국업체 상표도 보였다. 중국을 통해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톱이나 낫 등 일부 공산품과 쌀이나 채소류 등은 북한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중국 상인들은 공산품을 북한 시장에 공급하고, 그 대신 북한에서 나는 대게나 털게, 더덕과 같은 1차 생산품을 가져간다. 나선시가 경제특구라고는 하지만 아직 외국 자본 투자도 거의 없고 이러한 교역이 사실상 대외 경제활동의 전부라는 것이 통신원의 전언이다.
옌지=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