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민주화 시위에 휘청… 러 ‘제2 체제변화’ 진행중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 ‘푸틴 체제 자식들’의 반란
푸틴을 거부하는 계층은 푸틴 체제하에서 성장한 ‘신흥 도시 지식인과 중산층’이다. 그들이 한때 ‘차르’로 존경했던 푸틴을 무대에서 내려오라고 한다. 권력자와 일반 국민의 권력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러시아야 말로 단순히 수평적인 정권 교체 이상의 ‘권력 이동(파워 시프트)’이 일어나고 있으며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이 보리스 옐친 대통령으로부터 1999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지명되면서 러시아를 물려받을 당시 러시아는 옐친의 건강만큼이나 허약했다. 냉전시대 미국과 자웅을 겨루던 강대국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15개국으로 구성된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USSR)은 해체되고 보유외환이 바닥났으며 실업률은 두 자릿수를 넘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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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 붕괴 당시 모라토리엄(채무 지불유예) 직전까지 몰린 러시아를 비웃었던 서유럽 국가가 재정위기로 허덕이는 현재, 러시아의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5%(2011년 추정치)로 양호한 편이다. 러시아는 유럽 구제금융 자금 100억 달러를 출자할 예정이다.
러시아 시위의 주축을 이루는 대도시 중산층과 젊은층들은 ‘푸틴 체제’로 대변되는 ‘경제적 자유+정치적 통제’ 상황을 거부한다. 러시아의 시위가 아랍의 재스민 혁명과 다른 점이다. 이들이 요구하는 것은 ‘빵보다는 자유’다.
푸틴 체제에서 독버섯처럼 자란 정경유착 비리도 푸틴을 외면하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푸틴은 집권하면서 러시아판 권력형 축재 재벌이던 ‘올리가르히’의 척결을 외쳤으나 정작 그의 치세에서도 ‘신흥 올리가르히’가 독버섯처럼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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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당’으로도 불리는 집권러시아당이 지난해 12월 4일 얻은 득표율은 49.5%로 2007년의 64.3%에 비해 15%포인트가량 줄었으며 의석수도 315석에서 238석으로 줄었다. 그나마 ‘사전투표 용지 투입’ ‘개표 조작’ 등에 의한 것으로 야당은 실제로는 30%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총선 부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에 놀란 푸틴은 대선에서 전국 9만4000여 개 투표소에 웹 카메라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부에서는 자신의 복귀에 대한 거부감이 사그라지지 않으면 ‘복귀 체제’의 한 축인 ‘메드베데프 총리’ 카드를 버릴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해 3월 4일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의 후보 등록 마감은 이달 18일. 현재는 푸틴을 위협할 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이변이 없는 한 푸틴이 당선될 가능성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푸틴의 심기는 느긋할 수 없다. 지지도가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폼(FOM)이 지난해 12월 24, 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푸틴에 대한 지지도는 44%로 2008년의 60%에서 크게 낮아졌다. 이는 푸틴이 대선 1차 투표에서 승리(50% 이상 지지 필요)를 확정짓지 못하고 2차 투표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대선 전까지 ‘반푸틴’ 시위가 몇 차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때 시위가 격화되고 유혈 진압 사태라도 벌어지면 푸틴의 대선 가도에 복병이 될 수도 있다. 다만 푸틴이 오랫동안 정치적 라이벌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통제한 영향 등으로 뚜렷한 대항마가 나타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러시아의 3대 재벌로 미국 프로농구팀 ‘뉴저지 네츠’의 구단주로 유명한 기업인 미하일 프로호로프(47)가 출마를 선언해 관심을 끌고 있지만 그는 중산층과 젊은 유권자들의 불만을 대리 배출시키기 위해 푸틴 측이 내세운 위장후보라는 주장이 나온다. 최대 야당인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 의장(67)은 과거 3차례에서 2위를 한 것처럼 이번에도 2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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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러시아가 다시 강대국의 면모를 회복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와 접한 우크라이나를 나토에 가입시키려 하는 것에 대해서는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푸틴은 국내적으로 자신에 대한 정치적 지지 열의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방과의 긴장관계를 이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군사적으로는 고비용 구조의 핵개발에서 첨단 재래식 무기 무장을 통한 군사 강국을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 토머스 프리드먼 칼럼 “세계화 - IT혁명이 푸틴 체제 뒤흔들 것” ▼
우리는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냉전 이후 때처럼 다시 대폭로의 시대에 서 있다. 이번에는 전쟁이 없었지만 많은 국가가 붕괴됐다. 왜?
주요 동인은 세계화와 정보기술 혁명이라고 믿는다. 이 두 가지는 21세기 10년 동안 취약한 국가나 허약한 기업들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민주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미 합참의장 보좌관이었던 마크 마이클레비가 ‘기대의 민주화’라고 부르는 것을 봤다. 그것은 모든 개인이 자신의 직업과 시민권, 미래를 형성하는 데 제한받지 않고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말이 내가 이전에 들었던 호스니 무바라크에 대한 이집트인들의 말과 너무나 비슷해 충격을 받았다. 이집트 작가 알라 알 아스와니는 아들 가말에게 권력을 넘겨주려는 무바라크의 계획에 이집트인들이 분노했다고 말했었다. 러시아 인기 블로거 알렉세이 나발니는 “우리는 가축이나 노예가 아니다. 우리는 목소리와 투표권,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LRN(윤리적 기업환경 컨설팅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도브 시드먼은 “일방적 대화를 통한 선도 국가나 선도 기업의 시대는 끝났다”며 “당근과 채찍을 통해 사람에게 권력을 사용하는 ‘명령과 통제’의 구체제는 사람을 통해 권력을 일으키는 ‘연계와 협동’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총리는 그가 국민들에 대한 힘을 가지고 있고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해 지금 권력에 머무는 것을 정당화하는 대화를 강요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주력상품인 청량음료를 휴일에는 하얀 캔에 포장했다. 그러나 고객들로부터 신성모독이라는 비난을 받고 일주일 만에 하얀 캔에서 붉은 캔으로 돌아갔다.
지금 지도자의 역할은 아래로부터 올라오고 있는 것을 최대한 이해해 그것을 위로부터의 비전과 융합시키는 것이다. 듣고 있습니까, 푸틴 총리!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