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 기자
▶본보
1월 1일자 A16면 “2년간 성추행 당했다” 초등생이 친구 11명 고소
1월 2일자 A16면 경찰 “일진 3명이 숨진 학생 29차례 폭행… 학교폭력과 전쟁
이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3일 오후 5시경 울산시교육청이 기자들에게 e메일로 보낸 보도자료 때문.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해당 초등학교에서 ‘혐의 없음’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해 시교육청에 보냈다. 시교육청은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고 이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이다. 교육 당국이 사건을 서둘러 무마하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는 이유다.
‘학부모가 학생을 집으로 데려가서 시작된 학생 폭력사건’이라는 제목부터 잘못됐다. 이 보도자료에서 지칭한 학생 폭력사건은 지난해 11월 15일 P 씨가 가해자인 K 군을 집으로 데려가 훈계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K 군이 불손한 태도를 보이자 옆에 있던 친척(32)이 홧김에 K 군을 때려 고막이 터졌다. 학교 측은 이 폭행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H 군은 “K 군 주도로 2년간 성추행과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H 군의 친척이 K 군을 폭행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지난해 11월 폭행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는 학교 측 주장은 선후(先後) 관계를 호도한 것이다. 게다가 학교 측은 이 사건을 근거로 H 군을 ‘가해 학생’으로 표기했다.
P 씨는 “지난해 11월 폭행은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인데도 학교 측이 이를 부각해 사태를 덮으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교육청도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중학교에 배정돼도 방관하고 있다. 2년간 계속됐다는 학교 폭력을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았다. 교육당국이 학교 폭력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근본 대책 없이 무마에만 집착한다면 제2, 제3의 사건은 터지기 마련이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