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12일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무대 올라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전에는 싫어하던 곡인데 당신 연주를 듣고 좋아졌다”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를 하고 싶어 한다. 동아일보DB
2008년 독일 뮌헨으로 유학을 떠났던 그는 지난해 9월 러시아 모스크바로 거처를 옮겼다. 스승인 엘리소 비르살라제가 뮌헨 국립음대를 정년퇴임한 뒤 모스크바 음악원에 자리를 잡은 까닭이 크지만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러시아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그 자체예요. 고목, 겨울, 바스락대는 낙엽, 정화, 고요…. 모스크바에서 느끼는 감각과 인상들이 무척 강렬해요. 이런 순간들이 제 음악에 스며들어요. 슈베르트나 브루크너는 주의 깊게 들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러시아 음악은 듣지 않으려 해도 이미 푹 파고들어와 있는 걸 발견하곤 합니다.”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레슨 때였는데 도입부를 치자 곧 ‘나쁘다’고 하면서 그 부분을 직접 연주해 할 말을 잃게 만들었어요. 잘한다는 말을 듣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생기게 하죠.(웃음) 제게 고집스러움이 필요하거든요. ‘내 것을 표현하고 말겠어, 살아남고 말겠어’라고 날마다 다짐해요.”
그의 레퍼토리는 대범하고 도전적이다. 잘하는 작품보다는 그 순간 배워야 하는 곡을 고른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개관 기념 독주회는 리스트가 편곡한 작품으로만 꾸몄고, 11월 독일에서 실내악 연주, 이어 벨기에에서 독주회를 하고 다시 귀국해 바흐 건반 협주곡 5번을 연주했다. 그는 “작품과 편성에 따라 척척 변하는 내가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야마하 그랜드피아노 페어에서 그의 독주회를 다시 만날 수 있다. 2월 원주시향, 6월 광주시향과는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2년 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선 때 연주했던 작품이다. 도약하는 이 젊은 연주자는 올해 목표를 묻자 “프로페셔널 연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것, 무대 위에서 다양한 모습을 펼쳐 보이는 것”이라고 다부지게 답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