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모든것 내려놓겠다”
박 위원장은 3일 KBS1 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에서 “공천제도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꿔 나갈 것”이라며 “저를 비롯해서 한나라당의 구성원이 가진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하고, 모든 것을 국민 편에 서서 생각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어떤 정치적 논리도 배제하고 우리 정치를 완전히 바꿔 내겠다”고 강조했다.
○ 총선 불출마? 공천 불개입?
박 위원장의 이날 연설에선 특히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우선 박 위원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서울 출마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7월 19일 대구를 방문했을 때 기자들과 만나 총선 불출마설(說)에 대해 “완전히 오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일 몇몇 종편채널과의 인터뷰에서도 “총선 출마는 지역구민(대구 달성)과의 소중한 약속”이라고 했다.
▼ 朴 “나 포함 일체 기득권 배제”… 대대적 현역 물갈이 예고 ▼
“떡이 왜 이래”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서울시당 신년 인사회에서 시루떡을 자르다 떡 위에 놓여 있던 장식물이 칼에 붙어 올라오자 정몽준 전 대표가 이를 떼어주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아 이혜훈 의원, 권영세 사무총장, 박 위원장, 정 전 대표, 이종구 서울시당 위원장.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 위원장이 공천에 불개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측근 의원은 “당 대표의 권한인 공천권 행사를 포기하겠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공천권에 대한 완전한 포기는 아니지만 계파 간 ‘공천 나눠 먹기’나 죽고 죽이는 ‘공천 학살’ 없이 공천심사위원회에 맡겨 공정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4일 당 쇄신파 의원들과 만나 공천권에 대해 “몇몇 사람이 공천권을 갖는 것은 구시대적인 방식”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밝은 해 다시 뜰 것”
박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우리에게 동트기 전 새벽의 칠흑 같은 어둠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뛰며 진심 어린 노력을 한다면 우리의 염원을 담은 밝은 해가 다시 뜰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당의 강력한 쇄신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실제 박 위원장은 전날 라디오 연설 녹음을 하며 원고에 적힌 ‘혁신’을 그대로 읽었다가 ‘쇄신’으로 바꿔 다시 녹음을 할 정도로 쇄신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몽준 전 대표는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금년은 흑룡의 해이며 흑룡은 여의주를 두 개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서 “금년에 중요한 두 번의 선거(총선과 대선)가 있는데 우리도 두 개의 여의주를 잘 굴려 두 선거 모두에서 승리하자”고 말했다.
그는 1일 단배식에서도 “용은 여의주 두 개를 갖고 있다. 4월과 12월의 두 선거는 대단한 변혁기에 있는 선거”라고 강조했다. 두 개의 여의주 발언에 대해 당 안팎에선 박 위원장과 자신을 암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