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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누가 움직이나

입력 | 2011-12-29 03:00:00

관계자 77명 대상 ‘영향력’ 설문조사
최고 파워맨 조승우 압도적 1위… 단체 영향력 CJ E&M독주채비




뮤지컬 ‘조로’에 출연 중인 배우 조승우 씨. 조 씨는 한국 뮤지컬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됐다. 쇼팩 제공

한국 뮤지컬계 판도가 바뀌었다. 배우의 영향력이 제작자들을 능가할 만큼 커졌다. 투자사의 영향력도 눈에 띄게 커졌다. 반면 공연장의 영향력은 대폭 줄어들었다. 동아일보 문화부와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이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누가 한국 뮤지컬을 움직이는가’ 결과다.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7∼19일 뮤지컬 기획사, 제작사, 투자사, 배우, 스태프, 공연장 등 뮤지컬 각 분야 종사자 총 100명에게 설문지를 보내 21일까지 77명의 응답을 얻었다. 설문은 모두 12개 문항이었으며 문항마다 3명(단체)을 차례로 뽑도록 한 뒤 1위부터 3위까지 3점, 2점, 1점씩 가중치를 주어 합산했다.

○ 배우 조승우, 4년 만에 1위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는 배우 조승우 씨가 압도적 지지로 1위를 차지했다. 누적 점수 96점으로 2위를 차지한 CJ E&M 김병석 대표(53점)보다 배 가까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송승환 PMC 대표(49점)가 3위에 올랐다. 4년 전 조사에서 1∼3위를 차지한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5위),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널 대표(4위),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6위)는 모두 3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조승우 씨는 스태프와 공연장 집단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김병석 대표 등 투자자와 송승환 대표 등 제작자의 표는 투자사, 제작사, 배우 집단에서 1위로 많이 꼽혔지만 여럿에게 표가 분산됐다. 4년 전 조사 때는 배우 중에서는 조승우 씨(4위)가 유일하게 톱 10에 들었다. 올해는 김준수(시아준수·8위) 씨를 포함해 2명으로 늘었다.

4년 전과 비교할 때 8∼10위에 오른 김준수 씨, 김양선 인터파크INT E&T 부문 대표, 연출가 이지나 씨 등 3명이 톱 10에 새롭게 진입했다. 뮤지컬 시장의 빠른 판도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 아성을 굳힌 CJ, 급부상한 인터파크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로 2007년 1위였던 CJ는 이번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조사에서도 종합점수 12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올해 조사에선 이를 넘어 148점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과거엔 투자에 주력했던 CJ가 작년부터 제작과 공연장 운영에도 직접 뛰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4년 전 조사와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터파크의 약진이다. 4년 전엔 11위로 톱 10에 들지 못했다가 이번 조사에선 공동 3위(44점)에 오른 신시컴퍼니와 오디뮤지컬컴퍼니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단독 2위(70점)에 올랐다. 공연티켓 예매시장 1위의 호랑이가 대형 투자사가 된 데 이어 올해 ‘블루스퀘어’라는 뮤지컬 전용극장까지 마련함으로써 양 날개까지 달았다는 관측이다.

투자사와 비교해 제작사와 공연장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조사에서 상위권이던 신시컴퍼니(2위)와 설앤컴퍼니(3위)는 각각 한 계단과 두 계단 순위가 밀렸다. 2007년 조사에선 예술의전당(4위) LG아트센터(5위) 세종문화회관(9위) 3곳의 공연장이 선정됐으나 올해 조사에선 유일하게 LG아트센터(8위)가 톱 10에 들었다.

○ 제작자는 박명성, 연출가는 이지나

박명성 대표는 전체 영향력 조사에선 6위였지만 부문별 조사에선 가장 영향력 있는 제작자로 꼽혔다. 설도윤 대표와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가 그 뒤를 이었다. 연출가는 이지나 윤호진 유희성 씨, 작곡가는 장소영 김문정 이지혜 씨, 극작가는 조광화 장유정 이희준 씨 순으로 영향력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주목할 차세대 남배우로는 박은태 전동석 홍광호 씨가, 여배우로는 정선아 송상은 오소연 씨가 꼽혔다. 최고의 뮤지컬 공연장은 LG아트센터 충무아트홀 예술의전당 순이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조승우 “부담스럽다… 창작 뮤지컬 출연 기대” ▼

배우 조승우 씨가 국내 뮤지컬계 최고의 파워맨 1위로 꼽힌 데 대해 뮤지컬 관계자들은 “예상했던 결과”라며 “스타 캐스팅이 시장을 이끄는 지금 한국 뮤지컬 시장의 현실을 보여 준다”고 입을 모았다.

조승우를 앞세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올해 흥행 신화를 쓴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조승우는 ‘지킬’에 이어 ‘조로’에서도 좋은 연기로 관객 유입을 이끌면서 뮤지컬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신 대표는 “시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스타파워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앞으론 좋은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뮤지컬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스타마케팅, 스타캐스팅이 지금 시점에서 국내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이슈임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을 선도하고 나가야 할 책임과 의무도 있는 것인 만큼 스타 배우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 씨는 전화통화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1위를 했다는 게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부담스럽다. 제작자나 크리에이티브 팀들이 (1위를) 차지해야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씨는 “차기 출연작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 ‘헤드윅’을 만든 쇼노트 임양혁 이사님, 송한샘 이사님과 다시 작업해보고 싶다. 나중에 ‘물랭루즈’라는 뮤지컬이 만들어진다면 도전해보고 싶다. 하지만 모두의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좋은 창작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