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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 터놓은 불사조 박철순 “선수 장점만 보여… 감독 하면 팀 말아먹을걸요”

입력 | 2011-12-23 03:00:00

채널A ‘스포츠 투나잇’ 출연




“팜볼 던지려면…” 프로야구 OB(현 두산)의 원년 우승을 이끈 박철순 씨(왼쪽)가 현역 시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팜볼 쥐는 법을 채널A 유재영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1997년 잠실구장에서 가진 은퇴식에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있는 모습. 채널A 제공

“어제 (양)세종(OB 원년 멤버)이랑 밤새워 술 마셨는데 얼굴이 괜찮게 나올지 모르겠네. (탈모를 감추느라) 흑채도 뿌리고 왔어.”

부드러운 미소도, 특유의 입담도 여전했다. 프로야구 OB(현 두산)의 원년 우승을 이끈 ‘불사조’ 박철순 씨(55)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채널A 스포츠투나잇 ‘오랜만입니다’ 출연차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스튜디오를 찾은 박 씨는 “공식적인 언론 인터뷰는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많은 분이 건강을 염려해 주셨는데 정말 잘 지내고 있다. 조만간 팬 여러분을 찾아갈 날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소주 CF 한번 해봤으면”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이 올해 대장암으로 사망하면서 박철순 씨의 안부를 묻는 사람이 많았다. 박 씨도 2007년 초 대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박 씨는 “종합검진을 받다가 작은 용종이 2개 발견돼 수면 중에 레이저로 제거했는데 그게 와전이 됐다”며 “그 보도 때문에 성사 직전까지 갔던 CF 계약이 취소됐다. 지금 보듯이 가끔 술도 한 잔씩 하면서 잘 살고 있다”고 했다.

그와 CF는 질긴 인연이다.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를 배경으로 그가 출연한 커피 광고는 여전히 많은 이의 기억에 남아 있다. 1988년에는 속옷 광고를 찍다가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시즌을 접은 적도 있다. 그는 “요즘도 가끔 CF 제의가 들어온다.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솔직히 소주 광고다. 내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소주도 분위기 있고 멋있게 먹는 술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다”라며 웃었다.

○ 지도자는 사양

1998년 OB 투수코치를 끝으로 그는 야구계를 떠나 사업가로 변신했다. 스포츠 브랜드와 골프 사업 등을 하다가 최근에는 모두 다 접었다. 올해 시즌 말미부터는 한 인터넷TV에서 야구 해설을 하며 야구계로 돌아왔다. 스포츠 전문지에 관전평도 썼다.

“야구는 인생의 전부다”라고 하는 그는 왜 그토록 오랫동안 야구를 떠나 있었을까. 그는 “1998년 OB에서 코치를 해보니 ‘내 성격상 팀을 말아먹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스스로 보기에 지도자 그릇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감독이나 코치라면 선수들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고쳐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내겐 선수들의 단점은 안 보이고 장점만 보였다. 그래선 훈련을 시킬 수가 없다. 만약 지금 어떤 팀에서 계약하자고 해도 전혀 자신이 없다”고 했다. OB를 떠난 뒤에도 다른 팀에서 지도자 제의를 꽤 많이 받았지만 모두 거절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프런트로 일해 볼 생각은 있다. 프런트라면 내 경험을 잘 살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 자랑스러운 야구 후배들

그는 최동원, 선동열(KIA감독)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했던 투수였다. 1980년 미국 프로야구 밀워키와 계약해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될 뻔했다. 1981년 트리플A까지 올라갔지만 이듬해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에 맞춰 OB로 돌아왔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그는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는 22연승을 포함해 24승 4패 7세이브의 기록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그가 던진 팜볼과 너클볼 등은 국내 타자들에게는 마구(魔球)나 마찬가지였다. 이듬해부터 허리 디스크와 아킬레스건 파열 등 각종 부상으로 수차례 선수 생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번번이 재기에 성공해 ‘불사조’란 별명을 얻었다.

박 씨는 “요즘 윤석민(KIA)이나 류현진(한화) 등을 보면 우리나라에도 저렇게 좋은 투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감탄하고 있다. 또 이런 선수들을 키워낸 코치들도 대단한 것 같다. 이제 국민 스포츠로 성장한 프로야구를 팬들께서 더욱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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