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 “내 연금 달라” 민원-소송
강원 원주시의 한 의료기기 제조 공장에서 일한 김모 씨(56)는 올 9월 퇴직 직후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했다. 60세가 넘으면 ‘완전노령연금’을 받지만 당장 소득이 없어 연금액의 일부(70%)라도 미리 받으려고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연금 수령 불가’였다. 연금 보험료를 징수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이유를 따졌다. 직원은 “당신이 낸 보험료를 회사가 30개월간 떼먹었다”고 말했다. 15년간 근무한 회사가 김 씨의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것. 김 씨와 함께 퇴직한 동료 5명은 사업주를 경찰에 고발했다.
김 씨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주가 연금 보험료를 내지 않아 유일한 ‘노후대책’으로 믿어왔던 국민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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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민연금 보험료 체납 사업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사업장은 2008년 31만3500개에서 지난해 32만 개로 소폭 늘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9월 현재 47만 개로 47% 급증했다. 연금 보험료 체납 규모도 9월 말 1조9000억 원으로 조만간 2조 원을 넘는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회사 측 부담금만 내지 않는 수준을 넘어 근로자 월급에서 원천징수한 보험료까지 떼먹는 사업장이 부쩍 늘어났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불황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말한다. 국민연금공단은 공식적으로 “보험료 징수 업무가 올해 건강보험공단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베이비부머 세대 중 만 55세 이후 조기노령연금 신청자의 대부분은 저소득층이다. 조기노령연금은 납부 기간이 10년 이상에 만 55세 이상, 월소득 182만 원 이하이면 신청할 수 있다.
이들이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태가 속출하면서 체납 사업장을 관리하는 건보공단 지사마다 생계형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사업주 고발과 보험료 반환 청구 소송도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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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