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호 상명대 행정학과 교수
인상 앞서 의정활동 상황 반영해야
그러나 의정비 규모는 그 과부족을 지방의원들의 판단에 의해서만 결정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력이 미약하다. 행정안전부의 2011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 51.9%다. 서울시는 그나마 90.3%이지만 군의 경우 평균 17%에 불과하다. 다시 말하면 자신들의 일상적인 경비도 충당하기 어려워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자치단체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지방의원들의 입장에서는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방의원직은 처음엔 ‘무보수 명예직’이었으나 2005년부터 유급화로 전환됐다. 더욱이 지방의원은 겸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생활을 위한 정당한 대가를 받기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나날이 비대해져 가는 집행부의 활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다양하고 심도 있는 활동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많은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러나 부족한 지방재원을 감안하고, 공적 책무의 담당자로서 직업윤리를 생각한다면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필요를 모두 충족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적절한 태도라고 하기 어렵다. 하물며 불요불급하다고 생각되는 비용이 포함된다면 마땅히 주민들의 비난을 받아야 한다.
빈약한 지자체 재정 상황도 고려를
지방의회의 의정비 인상은 그것이 필요한 이유를 찾기에 앞서 먼저 설명되거나 정비돼야 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 지방의회가 정말 필요하다는 인식을 주어야 한다. 지방의원들의 활동 덕택에 주민들의 생활이 더 편안하고 윤택하게 되었다는 것이 가시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지금처럼 ‘지방의회 무용론’까지 대두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의정비 인상은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둘째, 의정비의 산정 기준이 좀 더 의원들의 활동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지자체의 규모가 의정비 결정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보다는 재정의 개선 상황, 의원의 직무 수행량 등 실질적 활동 내용을 평가해 의정비 산정에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규모는 증액이든 감액이든 반드시 시민들의 평가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방의원들의 활동에 투입되는 비용은 주민들이 낸 세금이다. 그만큼 주민들은 자신들의 필요를 유보하고 지방의원들의 활동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지방의원직이 비록 ‘명예직’은 아니지만 그 정신만은 보존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 주민들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