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당 전국위원회의 추인을 받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11일 “황우여 원내대표가 12일 의원총회에서 중지를 모은 뒤 전국위를 통해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과 박 전 대표의 위원장 임명을 추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의 사퇴로 대표 권한대행 역할을 맡게 된 황 원내대표와 친박(친박근혜) 진영에서는 강력한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내년 총선까지 가는 안을 계획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대위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비대위의 역할과 기능, 활동 시기를 강화하는 내용의 당헌, 당규를 개정하는 작업도 준비 중이다. 전국위를 소집하려면 재적 위원(740여 명)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어야 하며 개최 사흘 전에 공고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등의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 왜 전국위인가
가장 확실히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가 있고 자칫 전대가 대선 경선의 전초전으로 변질돼 이전투구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정통성 없는’ 비대위와 ‘위험부담이 큰’ 전대 사이에 묘안으로 떠오른 게 전국위다. 당헌 20조에는 전국위의 기능을 ‘전당대회의 소집이 곤란한 경우 전당대회 기능의 대행’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치르지 않고 비대위 체제로 총선을 치른다는 것은 비대위 구성권은 물론이고 공천권까지 박 전 대표가 주도한다는 의미다. 반면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김문수 경기지사는 ‘비상국민회의’ 소집을 요구한 바 있다. 신당 창당을 전제로 비대위 출범을 주장했던 쇄신파도 반발하고 있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한나라당이 살길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재창당(당 해체 후 신당 창당)하는 길뿐’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측은 한때 신당 창당까지 검토했으나 “당을 새로 만드는 건 책임정치에 맞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재창당 수준의 리모델링’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 실무진은 당 해산 시 한나라당의 자산과 국고보조금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점도 검토했다는 후문이다.
친박계 홍사덕 의원이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에게 12일 조찬 회동을 제안한 것도 이런 분란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주로 외부 인사들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으며 외부 인사와 박 전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진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결국 ‘대선’이 아닌 ‘총선’에 다걸기를 하는 것으로 파격적인 행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박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는 건 총선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겠다는 것이자 캠프 구성을 포함한 대선 행보 등 유력한 대선후보로서의 프리미엄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