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사건’ 실제 피해 학생들이 2005년 6월 21일 광주 인화학교 기숙사에서 성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놓으며 수화로 “피해 내용을 말하기부끄러워요”라고 하자(왼쪽 사진) 학부모가 “경찰에 가서 ‘저 사람이다’라고 솔직하게 지목하자”고 설득하고 있다. 전응섭 씨 제공
이 동영상은 2005년 6월 21일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기숙사를 찾은 학부모 황모 씨(53)가 피해 학생 2명과 법인 측이 몰래 만나 나누는 대화가 담겨 있다. 피해자가 청각장애인이어서 대화는 20분간 수화(手話)로 진행됐으며 1분 동안 촬영됐다. 동영상에는 피해 학생이 “(성폭력) 피해 학생이 여러 명 있다. 추악하다”고 하자 황 씨는 “경찰에 솔직하게 이야기하자. 말을 해야지…”라고 설득했다. 피해 학생이 “창피해요. 부끄러워서 어떻게 이야기를 해요”라고 하자 황 씨는 “내일(22일) 만나 경찰에 신고하고 사실대로 말하자”고 재차 설득했다.
당시 피해 학생 2명 등은 다음 날 오후 1시경 인화학교를 몰래 빠져나와 광주 광산구 송정리 사거리에서 황 씨를 다시 만나 장애인성폭력상담소를 찾아갔다. 피해 학생들은 이날 오후 오명란 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을 만나 상담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동아일보와 채널A 취재팀은 동영상을 촬영한 전 씨를 3일 광주 남구 월산동 한국농아인협회 광주시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9월경부터 전 씨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고 2개월가량 지속적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연락해 어렵게 성사된 인터뷰였다.
가해 교직원들은 학생들을 모아놓고 “전 씨가 여학생을 성폭행했다” “정교사가 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렸다. 그러면서 “대학원 등록금을 지원하겠다”며 회유하는 이중전략을 썼다는 것.
전 씨는 가해 교직원, 법인 측과 외로운 싸움을 했다. 2007년 5월 20일 법인 측에 의해 대기 발령됐고 3개월 뒤 해임됐다. 소송을 통해 2009년 복직해 2년째 근무하며 법인 설립허가가 취소되는 상황까지 지켜봤다.
‘도가니 사건’ 피해 학생들이 2005년 6월 21일 학부모에게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는 장면을 녹화한 영상. 채널A 뉴스 캡처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