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 스터디: 전국 5개 지자체 혁신 성공 사례
강원 화천군은 낙후한 환경 속에 감춰져 있던 청정성이라는 가치를 산천어축제로 승화시켜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위). 경기 가평군은 버려져 있던 자라섬에서 국제재즈페스티벌을 열어 황무지를 재즈의 섬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켰다(아래). 두 곳 모두 역발상을 통해 지역 발전의 전기를 마련했다.
○ 역발상의 승리
강원 화천군은 군사지역 특성상 규제가 심해 개발이 어렵고 특별한 자원도 거의 없는 오지다. 거주민 수보다 군인 수가 많다. 하지만 화천은 이제 산천어축제 하나만으로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화천군은 군사보호구역 같은 규제와 혹한 등 척박한 자연환경을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규제로 인해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 악재의 ‘감춰진 축복’이라 할 수 있는 청정성을 발견한 것이다.
청정성을 무기로 관광을 육성하기 위해 개최한 이벤트가 산천어축제다. 산천어는 1급수의 깨끗한 물에서만 살아 청정성을 내세운 화천의 콘셉트와 잘 맞아떨어졌다. 혹독한 추위도 차별화 포인트로 이용했다. 대부분의 지자체 축제는 봄이나 가을에 열린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추위를 무기로 새해 가장 먼저 열리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덕분에 경쟁 축제가 많지 않아 수도권 주민들의 겨울 여가 시간을 상대적으로 쉽게 빼앗아올 수 있었다. 역발상을 과감하게 실행해 보니 개발이 어려운 환경과 추위 등은 이제 화천만의 강력한 경쟁우위의 원천이 됐다.
보통 조직들은 긍정적 인상을 주는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지만 부정적 인상을 주는 자원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경향이 있다. 적개심마저 갖고 있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해보면 감춰진 축복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인식의 전환은 창조와 혁신의 출발점이다.
○ 킹핀 전략
현명한 경영자는 다양한 문제의 근본 원인 하나를 찾아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자해 문제를 해결한다. 볼링에서 10개의 핀을 쓰러뜨려 스트라이크를 얻으려면 눈앞에 가장 가깝게 보이는 1번 핀이 아니라 그 1번 핀과 2번 핀 또는 1번 핀과 3번 핀 사이로 보이는 5번 킹핀을 노려야 모두를 넘어뜨릴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킹핀 전략이다. 킹핀은 문제의 핵심을 뜻한다. 경북 성주군의 참외 상품화 성공 비결은 킹핀 전략의 유용성을 잘 보여준다.
성주군은 품질 저하의 주요인이 됐던 고봉 포장(정량보다 더 많은 참외를 주는 것) 문제로 고민했다. 더 많이 주다 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참외를 속에 끼워 넣는 관행이 생겼고 이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야기했다. 고봉 포장으로 무게가 늘어나 참외를 나르는 농민들의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만약 성주군이 생산 농가에 ‘정량 포장을 지키자’는 홍보를 강화하는 식으로 대처했다면 문제 해결까지 많은 시간과 자원이 투입됐을 것이다. 성주군은 포장박스를 바꿔 여러 문제를 일시에 해결했다. 성주군은 2007년 7월 1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관내 참외 농가가 갖고 있던 비규격 박스를 보상, 회수했다. 이후 관내 공판장에서 규격화된 박스만 반입해 경매하도록 농협과 민간단체에 협조를 구했다. 바뀐 박스로 포장을 하려면 반드시 뚜껑을 닫아야만 안전하게 포장할 수 있어 고봉 포장이 불가능했다. 포장박스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품질 저하를 막았을 뿐만 아니라 농가의 소득까지 증대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현재 성주군은 1억 원 이상 수입을 올리는 농가가 1000가구를 웃도는 부유한 지자체 농촌으로 자리 잡았다.
○ 모순 해결
혁신은 모순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전북 완주군은 관내 도시와 농촌 지역의 양극화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도시를 지원하면 농촌이 죽고, 농촌을 지원하면 도시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였다.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완주군은 지역주민 스스로 가치를 창출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CB) 모델로 돌파구를 찾았다. CB는 지역을 거점으로 지역 주민이 주체가 돼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사업이다. 완주군은 지난해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민간 출신 지역 전문가 등 30여 명이 근무하는 지역경제순환센터를 열었다. 이곳은 로컬푸드, 마을회사, 지역공동체 회사 등 지역을 근거로 한 새로운 발전 개념을 현장에 접목하는 곳이다. 현재 완주군에는 마을 단위의 사업 84개, 지역공동체 사업 30개 등 모두 114개의 CB 사업장이 있다.
○ 고객 탐구
많은 기업이 점점 똑똑해지고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를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정부 역시 고객인 주민들의 숨은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 못지않게 신경을 쓰고 있다. 독립영화 ‘워낭소리’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경북 봉화군의 귀농, 귀촌 정책이 대표 사례다. 도시로의 인구 유출이 본격화하면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해진 봉화군은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전국적인 귀농, 귀촌의 흐름을 기회로 포착했다. 봉화는 땅값이 싸고 다양한 작물 재배가 가능해 매력적인 정착 대상지로 꼽혔다. 봉화군은 이런 흐름을 초기에 간파하고 귀농, 귀촌을 지역 재건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인식해 대응책을 마련했다. 특히 귀농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배치해 예비 및 초기 정착 귀농민들을 위한 상담창구를 마련해 연중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체계적인 귀농인 교육 프로그램과 세심한 배려에 귀농 희망자들은 감동했고 봉화는 귀농의 본거지로 부상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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