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수험생들은 수능과 내신, 논술, 입학사정관제를 두고 ‘죽음의 사각 링’이라 부른다. 학부모도 시간과 비용을 들여 대입 전형을 공부해야 하는 시대다. 부모의 정보력이 자녀가 진학할 대학을 결정한다. 뭔가 잘못됐다.
대학입시가 이렇게 복잡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대학들은 우수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기 위함이라고 항변한다. 단순한 전형을 거쳐 입학했던 과거의 대학생들에 대한 모독이다. 국민은 특목고 출신이나 있는 집 애들 뽑기 위한 ‘꼼수’로 본다.
요즘 증가 추세인 입학사정관 전형에서는 진로를 일찍 정하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 온 학생이 유리하다고 한다. 애들 꿈은 자라면서 변하는 것이 정상 아닌가? 황당한 얘기다.
최근 치러진 대입 논술 문제들을 보면 더 기가 막힌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부르디외 사회학 입문’에 나오는 ‘아비튀스’를 설명하고….” 부르디외는 누구고 아비튀스는 뭔가? 대학 신입생을 뽑는 건지, 사회학 전공의 박사과정을 모집하는 건지 모르겠다. 입시 현실이 고교생에게 책 읽을 시간을 허락하기나 하나. 수험생들은 고가의 논술학원에서 주워들은 얘기가 시험에 출제되기만 바라고 논술고사장에 들어간다. 차라리 수능을 어렵게 내서 변별력을 갖추든가. 이건 아니다.
복잡하고 난해한 대학입시는 교육을 둘러싼 ‘만악의 근원’이다. 유치원생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광풍도 따지고 보면 대학입시에서 비롯된다. 지역과 계층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아이들이 사교육에 노출되는 것은 만 5세부터다. 영어, 창의력, 독서 등 할 게 참 많다. 악기 하나 정도는 다룰 줄 알고 운동도 잘해야 한다. 일부 영어학원에서는 레벨테스트도 한다. 다섯 살부터 시험을 봐야 하다니 해도 너무한다.
안 시키면 될 것 같지만 우리 애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자녀 교육에 노후를 저당 잡히고도 남들보다 부족할까 봐 죄책감에 시달리는 게 우리 학부모들이다. 애나 어른이나 불쌍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더 낳으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을 바보 아니면 봉으로 여기는 것이다.
홍성철 ㈜동아이지에듀 대표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