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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플러스]‘어머니이자 부인’ 오이디푸스, 모성과 매혹 넘나든 배우 차유경

입력 | 2011-11-25 10:21:00



"여보…, 어머니!"

한 남자에게 이 두 가지 호칭을 들은 여성의 심정은 어떨까. 잔인한 운명의 굴레에 갇힌 오이디푸스의 옆에 선 여인, 요카스타가 바로 그렇다.

자신이 낳은 아들을 남편으로 맞이해 살아온 세월. 두 사람은 무대 위에서 절망과 서로를 향한 연민으로 서로의 몸을 움켜쥐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몸부림친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올해 초연 공연 후, 가장 많은 앙코르 요청을 받고 명동예술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오이디푸스 역의 이상직, 크레온 역의 정동환, 테레시아스 역의 박정자, 요카스타 역의 차유경 등 무게감 있는 배우들이 출연, 한태숙의 탄탄한 연출과 맞물려 연극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이번 공연은 재공연이니 만큼 초연에 비해 대사를 보다 간결하게 수정해 극의 흡인력을 높이고 무대, 오브제, 의상까지 이전 공연의 아쉬움을 보완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또 무대 위의 코러스는 인원이 보강됐고, 새로운 요카스타 역 차유경은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여주며 작품의 완성도를 더했다.

남편에게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 자식을 향한 미안한 감정과 모성애를 품은 어머니의 모습, 한 나라의 여왕으로서의 절도있는 카리스마까지. 굵고 차분한 말투, 유혹적이면서도 단호한 몸짓으로 요카스타를 소화한 배우 차유경을 만났다.

▶30년 연기경력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요카스타…"매혹적이고 비극적인 그녀가 좋다"

공연이 끝난 직후 찾아간 여배우의 분장실에는 무대 위 화려함이 스쳐 간 감정적, 물질적 소모의 흔적, 땀으로 승화된 열정의 흔적들이 가득했다.

잔뜩 쉰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기자를 반갑게 맞이하는 최유경은 무대에서와는 상반된 해맑은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정리도 못하고 정신이 없네요."

각종 무대 의상들이 탁자 위 곳곳에 놓여있고, 닳고 지저분해진 신발들이 화장대 아래 가득 놓여있었다. 이 많은 신발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연극 오이디푸스의 무대는 경사진 무대, 수직으로 높게 솟은 벽으로 오이디푸스의 굴곡진 인생을 암시적으로 표현한다. 이에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의 걸음걸이가 다소 편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

그는 "신발에 굽도 있어 걷는 게 힘들다. 특히 처음에는 적응이 안됐는데 이제 많은 연습과 공연들로 익숙해졌다"며 "그래도 공연 전에 꼭 한번씩 무대 전체를 밟아본다"고 설명했다.

철저히 연습에 연습을 더하는 그는 알고보니 85년도에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고 데뷔작 '에쿠우스'와 '휘가로의 결혼', '신의 아그네스', '친정엄마와 2박 3일'에 이르기까지 30년 가까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베테랑 연극 배우다. 그런 그도 재공연을 통해 새로 참여하게 된 멤버로서 부담감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재공연이다보니 연습기간이 짧았어요. 불안한 감이 있었는데 그래도 연출 선생님이 일일이 잘 알려주시고 따뜻하게 잘 대해주셔서 힘이 났죠. 완벽히 해내고 싶어 집에서 대본보고 공연장 와서 연습하고, 집과 연습실 밖에 없죠. 배역에 어울리게끔 다이어트도 몇 키로 했고요."

그는 배역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말 하고 싶었던 역할이었다고 말하는 그의 입가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요카스타는 개인적으로 정말 욕심이 나는 역할이었어요. 여성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이 참 많죠. 엄마로서, 한 여인으로서. 또 한 남자가 아들이자 남편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설정이잖아요. 와 닿기도 힘들고. 그래서 더 매력을 느꼈죠."

실제로 차유경은 무대에서 매혹적이었고, 또 불쌍했다. 울부짖음은 처연함을 넘어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해요. 지금 목소리 쉰 것 보이시죠? 유카스타에게는 복합적인 감정들이 너무 많이 뒤섞여 있어서 몰입을 한 번 놓치면 큰일이 나요. 항상 긴장을 늦출 수가 없죠."

그가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요카스타의 감정은 관객들에게 어떻게 전해질까.

차유경은 "감독님의 조언과 또 저에게 어울리는 요카스타를 찾아 모성애를 강조한 요카스타를 표현하기로 했죠. 어머니로서의 자식을 향한 아픈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강조하는 거죠. 그리고 그 감정들은 관객들에게 전해져요. 실제로 내가 울 때 함께 우는 분들도 계세요.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게 좋아서 평생 무대에 남으려고요"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떤 역할에도 꼭 맞을 수 있는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사실 많은 작품을 해온 만큼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바람은 없어요. 그저 다양한 작품을 접하며 그 배역에 걸맞은 표현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을 뿐이죠. 정말 바람이 있다면 죽을 때까지 무대에 서는 겁니다. 무대에 서는 것이 정말 행복해요. 언젠가는 서지 못할 이 무대의 소중함과 절실함을 늘 깨달으며 하루하루 무대에 섭니다. 그날까지 무대에 서서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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