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 초대 원장 내정자
세계 최고의 연구환경 조성 포부를 밝히고 있는 오세정 과학벨트 기초과학연구원 초대원장 내정자.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3일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열린 ‘행복한 과학자들의 희망터치’ 행사장에서 만난 오세정 과학벨트 기초과학연구원 초대 원장 내정자(58)는 연구원 운영의 키워드로 ‘인재·자율성·개방성’을 꼽았다.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고 동아일보·동아사이언스가 후원한 이 행사는 재단 이사장 자격으로는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다. 초대 기초과학연구원장 임무는 28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받으면서 시작된다.
오 내정자는 “기초과학연구원은 최고 수준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능력 있는 인재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들도록 하고, 어떤 연구를 하든지 간섭하지 않도록 하면 세계적인 연구 성과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에 따라 설립되는 기초연구의 거점으로 2017년까지 산하에 3000여 명 규모의 50개 연구단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우선 내년 말까지 25개 연구단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연구단은 연간 7000억 원(2017년 기준)의 예산으로 국가의 기초과학 방향을 결정하고 5조2000억 원 규모의 과학벨트 사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1년 동안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단을 25개나 출범시키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오 내정자는 “일정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연구단을 설립하지는 않겠다”며 “엄정하게 심사해 필요한 연구단만 선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실력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수준 미달이면 일부 연구단의 설립은 연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 내정자는 또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정부출연연구기관들과 기초과학연구원의 연구가 일부 중복된다는 비판에 대해 ‘메기론’을 펼치며 “문제 될 것 없다”고 밝혔다.
“미꾸라지가 사는 연못에 메기를 넣어 긴장을 조성하면 미꾸라지의 활동 능력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KAIST도 처음 설립될 때 서울대가 엄청난 반대를 했습니다. ‘서울대에 연구비를 더 주면 될 것을 굳이 국립대를 또 세우냐’는 논리였죠. 그렇지만 KAIST 설립 후 연구경쟁이 붙었고, 상호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기초과학연구원이 모델이 돼 다른 정부출연연구기관들도 연구 자율성과 우수성을 확보하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기초과학연구원에서 경쟁력 있는 연구를 하면서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 모두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오 내정자는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10년 내에 나오리라 확신한다”며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 기초과학연구원을 설립하는 것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우수한 연구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인 만큼 차분히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오 내정자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체·실험물리 분야 전문가로 1984년부터 서울대에서 교수직을 맡았다. 그는 서울대 자연대학장을 지냈으며, 올해 1월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또 기초과학연구원 설립위원장으로 정관과 직제 제정 등 연구원 출범 준비 작업도 해왔다.
임기 5년에 연임이 가능한 오 내정자의 연간 급여는 국내 과학기술 분야 기관장 가운데 최고인 5억 원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연구기관을 만들겠다는 취지에 맞게 그 수장(首長)에게도 합당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차원에서 교과부가 책정한 것이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