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정적자 감축 방안의 하나로 버핏세를 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연소득 100만 달러(약 11억50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가구에 5.6%의 부가세 부과를 제안했다. 일본에서도 총리 자문기구인 세제조사회에서 부유층을 대상으로 소득세율과 상속세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해 버핏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은 이미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민주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는 최근 연소득이 1억5000만 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에게 40%의 소득세를 물리는 방안을 당에 공식 건의했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도 지난해 9월 1억2000만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에게 소득세율 40%를 적용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현재 소득세 최고구간은 연 8800만 원 이상으로 세율은 35%다.
한나라당에서도 22일 홍준표 대표가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해 돈 더 버는 사람은 세금을 더 낼 수 있도록 소득세법을 바꿔야 한다”고 밝히면서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는 방식의 버핏세 도입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버핏세 도입은 세수증대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해도 세수증대 효과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치권의 주장대로 1억2000만 원이나 1억5000만 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에게 40%의 세율로 소득세를 물리더라도 세수 증대효과는 1조∼1조8000억 원에 그친다는 것이다. 비과세 및 감면 시한이 다 된 상품의 일몰을 올해 연장한 데 따른 세수감소분(2013년 기준 6조7000억 원)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달리 소득세를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높은 만큼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면 고소득자의 상대적인 세 부담이 늘어나 탈세 시도만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면세자 비율이 20∼30%에 불과한 선진국과 달리 한국의 면세자 비율은 40%에 이른다. 더욱이 최고세율 40%에 각종 사회보험료를 더하면 고소득층의 실제 세 부담은 소득의 절반에 이르게 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올해 예정됐던 감세를 취소했는데 지금 다시 증세를 논의하는 것은 단기간에 너무 급격한 변화”라며 “경제가 어렵고 각종 사회보험료도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에 너무 많은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