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선 군함 위에서 군사 협력 공동선언
○ 미군 60여 년 만에 호주 귀환
미국은 내년 중반 이후 호주에 해병을 상시 주둔시키고 전투기와 핵 탑재 함정 등도 호주 군 시설을 수시로 이용한다. 취임 후 호주를 처음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6일 수도 캔버라에서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와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미국의 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못 박았다. 그는 “호주에 미군을 주둔시키는 것은 중국의 공격적인 태도에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거나 중국을 배제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못지않게 책임도 져야 하며 게임의 법칙을 준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미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다윈을 방문해 보다 상세한 내용을 발표한다. 다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공격으로 미군과 호주군 다수가 희생된 곳이며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일본이 점령한 태평양의 섬들을 되찾는 핵심 기지로 사용했다. 미군이 호주의 해군기지를 사용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이다. 양국은 올해로 상호방위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았다.
이에 대해 류웨이민(劉爲民)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호주에서 미군의 활동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며 적절하지 않다”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제사회의 협력이 절실한 때에 미 해병의 파병이 국제 사회의 공동 이익과 맞는지 검토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한 듯 길라드 총리는 16일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필리핀 동맹 60주년 공동선언
이런 가운데 19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 정상회의(EAS)를 앞두고 미중 간의 신경전도 날카롭다. 류웨이민 대변인은 “남중국해 분쟁에 비(非)당사국,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발리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조종하는 남중국해 연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관계국 간에 갈등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해상 안보 이슈는 EAS에서 논의돼야 할 바람직한 의제이며 남중국해는 분명 우려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