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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젊은이들이여, 이공계로 가라

입력 | 2011-11-14 03:00:00


김상수 산업부 차장

얼마 전 뉴스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두산그룹이 올해 말 입사 예정인 신입사원의 연봉을 기존보다 최대 20% 올리면서 문과(文科)계열과 이공(理工)계열을 차등 인상한 것이다.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그룹 신입사원들의 연봉은 현재 평균 3800만 원 정도지만 올해 입사하는 문과대 출신 신입사원은 이보다 10% 오른 약 4100만 원, 이공대 출신은 20% 오른 약 4500만 원을 내년부터 받는다. 초임 연봉이 4500만 원이라면 중공업계에서는 최고 대우다. 이에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고졸이나 전문대졸 출신의 생산직 사원이 부장급까지만 승진하던 것을 임원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새로운 인사체계를 선보이기도 했다.

두산그룹이 이처럼 엔지니어들을 우대하는 것은 최고경영자(CEO)의 의지 때문이다.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평소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결국 기술이 해답이다. 기술 투자와 기술 인재 확보가 우리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두산그룹은 올해 하반기 공채 1000명 가운데 70%를 이공계 출신으로 뽑는다.

두산뿐 아니라 요즘 석유화학 조선 건설업체들 사이에 엔지니어 확보전쟁이 벌어졌다. 기술력으로 먹고사는 이들 기업으로서는 경기침체에다 취업난까지 가중되는 지금이 오히려 뛰어난 인재들을 스카우트하기에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우리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공계열 기피현상이 있었다. 이공대생들이 ‘공돌이’로 비하되는 데다 월급도 적고 CEO와 임원 등 주요 대기업의 요직들을 상경(商經)계열이 차지하다 보니 다들 이공계 진학을 꺼린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기술력 하나로 세계를 지배하는 세상이다. 기술은 혁신을 낳고, 혁신은 막대한 수익을 창조해낸다. 고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로 회생한 애플은 현금성 자산만 80조 원으로 미국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현금(77조7000억 원)보다 많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중국도 의사결정을 하는 최고위층이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다. 현재 중국 내 권력 서열 1, 2위인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차기 최고지도자로 유력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칭화(淸華)대 출신의 ‘기술 관료’들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수출의 근간은 제조업이고, 제조업의 핵심은 연구개발(R&D)과 생산직에 근무하는 인재들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가 올해 안에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하게 된 것도 다 이들 덕이다.

다행히 미래의 주역이 될 인재들이 요즘 이공계 학과로 몰리고 있다. 내년도 수시전형 마감에서 연세대 이공계(의과대 제외) 수시 경쟁률이 60 대 1로 지난해(33 대 1)의 두 배에 이르는 등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의 이공계 수시 경쟁률이 지난해를 웃돌았다.

이공계 지원이 늘어난 것은 문과대보다 이공대 출신 졸업생의 취업률이 높고 대기업들도 이공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자 29만3967명 가운데 공학계열 취업률은 66.9%로 인문계열(46.3%)과 사회계열(53.5%)보다 높았다.

이공계 출신 인재들이 우리 사회에 다양하게 포진할 수 있도록 국가와 기업이 좀 더 많은 정책적 배려를 할 때다.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