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11일 오전 8시 20분 예고 없이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민주당 측과의 사전 접촉에서 민주당이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참모진의 보고를 받고도 이 대통령은 직접 국회를 찾아 기다려서라도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계획은 전날 오후 청와대에서 흘러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0일 오후 4시경 기자들과 만나 “이 대통령은 당이 요구하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운을 뗐다.
청와대는 9일 내부 회의를 거쳐 이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치적 제스처로 비칠 수 있음을 감안해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했다. 이 대통령의 야당 설득이 진정성을 얻으려면 비공개로 야당의 의사를 타진해야 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후 청와대는 10일 오전엔 박희태 국회의장에게 방문 의사를 타진했다. 의장실은 여야 지도부와 물밑 접촉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단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자는 태도를 보였다. 진작부터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회를 설득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부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 등 지도부가 “지금 방문은 적절하지 않다”며 난색을 표했고, 설상가상으로 한나라당 지도부의 생각도 바뀌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와 관련해 민주당과 막판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의 방문을 원하지 않는데, 굳이 대통령이 방문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에 청와대 내에서도 곤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졌고, 오후 10시경 “그래도 가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돼 한나라당 지도부와의 조율을 거쳐 11일 오후 2시 방문으로 굳혔다. 여기에는 이 대통령의 강한 의지도 작용했다고 한다. 여권의 고위 인사는 “이 대통령은 이미 10일 밤 민주당이 거부하더라도 가야겠다고 결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 의장은 오전 10시 반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15일 방문이 성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노력하겠다’는 단서를 단 것이다. 어정쩡한 상태로 봉합됐지만 박 의장은 청와대에 “15일 국회를 방문해 달라”고 국회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청와대는 이를 토대로 “박 의장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15일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