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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여명작전 종료!” 석해균 선장 287일만에 걸어서 퇴원

입력 | 2011-11-05 03:00:00

석 선장 “제2의 인생 봉사하며 살겠다”




다시 선 ‘아덴만의 영웅’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지 287일 만에 퇴원한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4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아주대병원을 나서고 있다. 수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58)이 4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아주대병원에서 퇴원했다. 올 1월 21일 ‘아덴 만 여명작전’ 때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지 287일, 아주대병원에 입원한 지 279일 만이다.

두 다리와 손목, 복부 등에 심각한 총상을 입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석 선장은 9개월이 넘는 수술 및 재활치료 끝에 건강을 회복했다. 그러나 왼손의 경우 정상인의 25%, 다리는 80% 정도 기능을 되찾는 데 그쳐 다시 배를 타기는 어렵게 됐다. 하지만 해군 측의 제안에 따라 군무원으로서 ‘제2의 인생’을 살 예정이다.

○ 마침내 ‘작전 완료’

이날 오전 아주대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석 선장과 부인 최진희 씨(58), 유희석 병원장(57)을 비롯한 의료진이 참석했다. 최초 총상 치료를 맡았던 이국종 교수(42·중증외상특성화센터장)는 학회 일정 때문에 함께하지 못했다. 회색 양복 차림의 석 선장은 오른손에 지팡이를 짚었지만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유 원장은 “짧은 거리는 보행보조기 없이 걸을 수 있다. 왼손도 엄지와 검지 기능은 좋은 편”이라며 “앞으로 노력 여하에 따라 더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원장은 석 선장 부부를 병원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평생 무료 건강검진권을 제공했다. 기자회견장에는 청해부대를 이끌고 아덴 만 여명작전을 수행했던 조영주 대령(49·해사 40기)도 참석했다. 조 대령은 “그동안 석 선장 때문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는데 오늘에야 짐을 던 것 같다. 이제 비로소 아덴 만 여명작전을 성공리에 완수한 것 같다”며 웃었다.

○ “해적들 용서하고 싶다.”

다시 선 ‘아덴만의 영웅’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지 287일 만에 퇴원한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4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아주대병원을 나서고 있다. 수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석 선장은 “사경을 헤매다가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을 얻었다”며 “성원을 보내준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 의료진 모두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는 “운동도 하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술도 마시고 싶다”며 “나도 해군 출신이니 앞으로 해군에서 후배들을 위해 교육도 하고 봉사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나는 바다의 사나이다. 만일 몸이 완전히 회복되면 다시 배를 타고 싶다”며 ‘마도로스’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자신에게 총을 쏜 해적 무함마드 아라이(23)에 대해서는 용서의 뜻도 밝혔다. 석 선장은 “아라이가 총을 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며 “인간적으로 불쌍한 사람들이다. 죄는 밉지만 용서하고 싶다”고 말했다.

○ 돌아온 ‘부산갈매기’

석 선장은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오후 4시 15분 부산역에 도착했다. 고윤환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꽃다발을 전했다. 오후 5시 10분경 드디어 금정구 장전동 자택에 도착한 석 선장은 감격스러운 듯 “나는 부산갈매기다. 부산 갈매기는 죽지 않는다”고 외친 뒤 기다리던 가족과 포옹했다.

소식을 전해들은 선원들도 축하의 말을 전했다. 갑판장 김두찬 씨(61)는 “선장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오신 것을 축하드린다”며 “조만간 선장님 댁으로 가서 뵙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대부분의 선원은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기본적인 생활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삼호해운 측에 관심 및 지원을 호소했다.

현재 김 씨와 조리장 정상현 씨(57)는 피랍 당시의 충격과 경제문제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선원 5명도 다시 배를 타고 있지만 치료를 계속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호해운은 경영난이 겹쳐 4월 21일 부산지법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현재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석 선장과 선원들의 수술비와 치료비 등이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