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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슈점검]맥아더장군 동상 문화재로 등록한다는데…

입력 | 2011-11-04 03:00:00

“제국주의 상징물” “역사 상징물” 등록 앞두고 또 좌우충돌 우려




인천 중구 송학동 자유공원을 찾은 청소년 들이 맥아더 동상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자유공원은 한국 최초의 근대식 공원이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최근 문화재청이 인천 중구 송학동 자유공원에 있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1880∼1964)의 동상을 문화재로 등록해 보존하는 방안을 추진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인천에서는 수년째 맥아더 동상의 철거와 보존을 놓고 이념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3일 시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최근 개화기 이후 1960년까지 전국에 들어선 한국 근대 조각 140여 점 가운데 주요 작품을 문화재로 지정하기 위한 조사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에는 맥아더 동상이 포함돼 있다.

앞서 정부는 북한의 남침으로 6·25전쟁이 발발한 지 80일 만인 1950년 9월 15일에 전쟁의 흐름을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에게 같은 해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했다. 유엔군 총사령관으로서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해 서울 탈환과 북진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

이어 정부는 1957년 9월 인천상륙작전 7주년을 맞아 국민들이 모금한 1억2000만 환을 들여 인천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만국공원(현 자유공원)에 맥아더 동상을 건립했다.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덕수궁의 세종대왕 동상, 서울 강북구 수유4동 국립4·19민주묘지의 4·19혁명기념탑 등을 제작한 조각가 김경승(1915∼1992)이 만들었다. 5m 높이의 이 동상은 맥아더 장군이 오른손에 쌍안경을 들고 월미도를 내려다보며 서 있는 모습으로 자유공원의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01년 인천의 한 시민단체가 “맥아더 동상이 냉전시대의 산물”이라며 인천시에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면서 맥아더 동상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에 재향군인회 등 인천지역 보수단체는 동상 이전에 반대했고, 시도 “모든 역사적 기념물에는 ‘장소의 역사성’이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전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2004년부터 맥아더 동상은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을 전후로 매년 몸살을 앓아 왔다. 반미성향의 좌파단체들이 “제국주의 상징물”이라며 맥아더 동상 철거운동에 나선 것. 특히 우리민족연방제통일추진회의 등은 2005∼2007년 전국민중연대 등과 함께 맥아더 동상 철거를 요구하며 죽창을 동원한 폭력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우파단체도 “맥아더 동상은 북한의 한반도 적화 야욕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역사적 상징물”이라며 보존을 요구하는 집회를 여는 등 좌우가 대립하는 바람에 인천에서는 극심한 이념공방이 벌어졌다.

맥아더 동상을 관리하는 중구는 지난해 맥아더장군동상보존시민연대가 낸 문화재 등록 신청에 동의했다. 그러나 문화재 등록을 앞두고 좌우 대립이 또다시 불거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지난달에도 ‘맥아더동상타도특별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자유공원에서 철거 요구 시위를 벌였다”며 “문화재 등록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충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