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화전문교육원에서 수화 기초과정을 배우는 영양사 오승민 씨(29·여)의 바람이다. 주말마다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봉사하던 오 씨는 수화를 몰라 청각장애인과 의사소통하기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초 서울시 농아인협회가 운영하는 교육원을 찾아 기초반에 등록했다. 한 달 과정이 끝나가는 요즘 짧은 문장의 의사표현이 가능해져 자원봉사에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중급 수준인 회화반(2개월 과정)과 신문기사나 전문 서적을 표현할 수 있는 고급반에 도전할 생각이다.
○ 서울수화교육원 수강생 한 해 4000명
과거에는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 등 특정 계층의 단체 수강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주부, 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사람이 찾아오는 게 특징이다. 교육원 측은 수화를 배워 자원봉사에 나서는 층이 다양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주부 홍영숙 씨(49·서울 양천구)는 2009년 5월 교육원이 문을 열 때부터 수강한 터줏대감이다. 홍 씨는 청각장애인의 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청각장애인 자녀는 직접적인 장애를 갖고 있지 않아도 발음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홍 씨는 동화책을 읽어주며 이를 바로잡아 주고 아이들이 부모와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간단한 수화도 가르친다. 교육원에는 홍 씨 외에도 종교단체, 학교, 직장에서 장애인과 소통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마음을 키워주는 수화 교육
신입생 전원에게 수화교육을 하는 고등학교도 생겼다. 서울 노원구 상명고등학교는 올해 3월부터 매주 목요일 7교시 방과 후 학습시간을 수화교육 과정으로 편성했다. 1학년 477명이 수화를 배운다. 시가 지원하는 서울시수화통역센터 소속 전문 수화통역사 12명이 강사로 파견됐다. 고등학생이 특별활동 시간에 동아리 차원에서 수화를 배우는 경우는 있었지만 한 학년 학생 전원이 정기적으로 수화 수업을 받는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학부모 권중분 씨(47·여)는 “학교에서 영어 수학도 아니고 수화교육을 한다고 해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하지만 수화를 배우면서 아이가 마음까지 커가는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