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대금 연주하는 소녀. 그림 제공 포털아트
딸과 아빠의 치열한 공부 공방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공부에 대한 딸의 회의에 대해 아빠는 명쾌하게 공부의 목적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것을 이유로 딸은 공부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냈습니다. 아빠가 언제라도 공부의 목적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그것을 수긍할 수 있으면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딸은 단서조항까지 달았습니다.
그날 이후 아빠는 공부의 목적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하고 주변사람에게 자문하며 전전긍긍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공부의 목적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시원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위해서 한다, 미래를 위해서 한다, 행복을 위해서 한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한다, 존경받는 인물이 되기 위해서 한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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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공부해서 남 주나’라는 말이 유행한 적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처럼 공부의 목적을 이기적인 측면에 맞추는 나라도 없으니 그런 말이 유행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빈대떡집 주인아주머니의 논리는 그것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 막힌 문제의 출구를 시원하게 열어 주었습니다. 바로 거기서 남 주기 위한 공부, 요컨대 모든 분야의 공부는 전문성을 얻기 위한 과정이고 그것을 성취한 뒤에는 전문성을 세상 사람과 나눠야 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힘겹게 발견한 공부의 목적이 너무 멋지다는 생각을 하며 아빠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공부하라는 말 대신 “네가 추구하고 싶은 분야의 전문성을 얻어서 세상 사람과 멋지게 나누며 살라”는 말이 입 안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