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선후배가 아니라 감독과 선수. 해태 시절 투타 핵으로 활약했던 KIA 선동열 신임 감독(왼쪽)과 베테랑 이종범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광주|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hong927
감독-선수로 만난 프랜차이즈 스타
‘해태 왕조’의 마지막 적자, 그리고 일본 주니치까지 함께 했던 당대 최고의 투수와 타자가 감독과 선수로 다시 만났다. 선동열이 던지고, 이종범이 치면 해태는 무적의 팀이었다. 그러나 이제 두 사람의 위치와 역할은 완전히 달라졌다.
KIA 이종범은 조범현 감독 시절 코칭스태프와 선수단간 소통의 창 역할을 했다. 외지 출신 감독 대신 지역정서를 껴안은 역할도 컸다. 구단과 은퇴를 놓고 갈등을 빚을 때 조 전 감독은 팀을 장악하며 이종범을 품었다. 슬기로운 대처로 평가됐고,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했다. 그러나 이종범 이상으로 지역 최고의 스타였던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 역할에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 감독은 “베테랑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경험상 감독이나 코치가 한마디 하는 것보다 베테랑을 중심으로 똘똘 뭉칠 때 팀은 훨씬 강해진다. 솔선수범해줄 것으로 믿는다. 베테랑들과 대화를 많이 하겠다”고 말했다.
이종범은 “이제 지휘봉을 잡으셨기 때문에 선수와 감독이다. 감독님이 새로 취임하셨기 때문에 아직 모르는 선수들도 있으실 거고 중간에서 제 역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야구는 명장이 있다고 항상 우승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선수로 감독께서 좋은 팀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선 감독은 취임식장에서 선수들과 처음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감독이 유니폼이 아닌 양복을 입고 선수들과 첫 인사를 할 수는 없다”고 요청해 그라운드로 장소가 변경됐다. 고향, 그리고 학교 후배들이 많은 광주, 그러나 선 감독은 첫 만남부터 유니폼을 입은 진짜 감독이었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