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로 산다는 것/김경욱 외 지음/268쪽·1만3500원·문학사상
김훈은 이렇게 툭 내뱉는다. “‘창작론’을 쓰는 일은 소설 쓰기보다 어렵고 지겹다. 그것이 어려운 까닭은 나에게 아무런 ‘론’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쓸 때, 나는 늘 희뿌옇고 몽롱해서, 저편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시간과 공간 속을 헤맨다. 내 글쓰기란 몸과 마음의 절박함과 말의 모호성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는 파행이다.”
박민규는 “문학사상 원고는 쓰고 있나요?”란 아내의 채근에 허둥지둥 자신의 창작방법론을 적어 내려간다. ‘하루 10km씩 조깅하기’ ‘하루 두 권의 책을 읽고, 한 권의 외국어 원서를 독해하기’ ‘진지한 시각과 문학관 확보를 위해 만화와 영화는 절대 읽지 않는다’….
서하진은 “글쓰기라는 작업이 때로 하잘것없다 싶으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소설가가 아닐지라도 어쩌면 모든 사람들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살아가는 것일지 모른다”고 말하고, 윤영수는 “혼자만의 체력으로 혼자만의 역기를 들어다가 얌전히 다치지 않게 내려놓는 게 작가의 일”이라고 털어놓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