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버무려진 7월 15일의 연인들
할리우드 여배우 앤 해서웨이와 영국 배우 짐 스터게스 주연의 영화 ‘One day’. 동아일보DB
이 소설은 1988년 7월 15일에 처음 만난 남녀가 그 후 매년 7월 15일을 기점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렸다. 에든버러대 졸업식 날 처음 만난 에마와 덱스터는 서로에게 일시적으로 끌리지만 다음 날 미련 없이 헤어진다.
전형적인 중산층인 덱스터는 부모에게서 받은 재산으로 자유로운 청춘을 누리고, 서민인 에마는 빠듯한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며 작가가 되고픈 꿈을 그려간다. 이렇듯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그들이지만 둘은 종종 안부를 주고받으며 20년 동안 우정을 키워 나간다.
언뜻 보기에 ‘그렇고 그런 로맨스 소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더타임스가 “이 책은 사실 외로움과 운명의 잔인함에 대한 이야기이다”라고 평하고, 가디언이 “니콜스의 유머감각과 글 솜씨가 아낌없이 발휘된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칭찬할 만큼 단순히 남녀의 흔한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다.
‘어느 날’ 외에도 최근 영국의 영화계와 출판계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을 잇달아 제작하고 있다. 일본계 영국인 작가 이시구로 가즈오가 쓴 ‘나를 보내지 말아요(Never Let Me Go)’는 최근 영화가 개봉하면서 가즈오 붐을 다시 일으켜 그의 책들이 서점 진열대를 장식했다. 2011년 9월 개봉한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해내는지 모르겠어(I don't know how she does it)’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고, 이외에도 ‘도우미(The Help)’나 ‘방(The Room)’처럼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가즈오도 ‘나를 보내지 말아요’의 개봉을 앞두고 그의 다른 작품들까지 덩달아 판매가 뛰었지만 영화는 호평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영화화가 계속되는 것은 해리 포터가 영화로 성공했던 것을 그리워해서일까. 아니면 기발한 영화의 소재를 다른 데서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