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방황, 그러나 하늘이 내린 선물. 빼어난 재능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2007년 단 5경기에 등판한 뒤 그라운드를 떠났던 KIA 김진우. 준플레이오프에서 선보인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파워커브는 3년간 공백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위력적인 공이었다. 스포츠동아 DB
■ 투구추적시스템으로 본 커브 위력
초당 회전수, 우완 직구보다 많아
회전 많을수록 각도 더 커져 위력적
상하·좌우 변화각 시즌보다 향상
각과 구속 조절하며 3종류로 던져
KIA는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패했지만 김진우의 가능성을 엿봤다. 김진우는 3차전에서 3.1이닝 1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3개의 삼진은 모두 커브를 결정구로 쓴 결과였다.
이 중 2명(최정·안치용)은 아예 방망이를 내밀어 보지도 못하고 당했다. 김진우 커브의 위력을 스포츠기록통계전문회사인 스포츠투아이(주)의 투구추적시스템(Pitch Tracking System·PTS· 경기장에 설치한 카메라로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난 시점부터 홈플레이트를 지날 때까지를 추적해 데이터화한 것)을 통해 살펴봤다.
일반적으로 초당 회전수가 가장 많은 구종은 직구다. 올시즌 우완투수 직구의 초당 회전수 평균이 약 39회인데 반해 커브는 약 22회다. 하지만 올시즌 김진우의 커브 초당 회전수 평균(36회)은 직구(31회)보다 많았다.
36회는 우완투수의 커브 평균은 물론 ‘커브의 달인’ 정현욱(삼성·29회)을 능가하는 수치다. 스포츠동아 양상문 해설위원은 “커브는 일단 회전이 많을수록 좋다. 그만큼 각도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차전에서 김진우의 커브는 더 강해졌다. 초당 회전수(40회)는 본인의 시즌 평균(36회)은 물론 우완투수의 직구 평균(39회)보다 많았다.
● 상하·좌우 변화각 모두 큰 커브
상하 무브먼트(회전하지 않는다고 가정한 공과 실제 투구가 각각 홈플레이트를 통과할 때의 높이차. 만약 이 값이 양수라면 그 공은 중력의 영향보다 더 적은 하강을 한 것이고, 음수라면 중력의 영향보다 더 많이 떨어진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 최고 구속 130km의 빠른 커브
일반적으로 각이 큰 커브는 속도가 느리지만 김진우의 경우는 그렇지도 않다. 올시즌 전반기 투수들의 커브 평균구속은 약 118km. 하지만 그가 준PO 3차전에서 안치용을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 커브는 130km를 기록했다. 김진우는 “커브를 한 가지로만 던지는 것은 아니다.
카운트를 잡는 ‘느리고 각이 큰 커브.’ 원 스트라이크 이후 ‘각은 비슷하지만 속도가 다소 빠른 커브’, 2스트라이크 이후 ‘각은 좀 떨어지더라도 스피드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커브’, 이렇게 3종류로 던진다. 예전에는 커브구속이 더 나왔다. 끌어올리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