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총 매입자금 54억 중 사저 11억-경호시설 43억”
MB사저 지을 땅, 터파기 공사중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 용지인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 일대. 기존 건물을 허물고 터파기 공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사저 터는 지하철 3호선 양재역에서 경기 성남 방면으로 가다가 헌릉로 우측의 산 아래에 위치한 곳이다. 청와대가 그동안 구상해 온 이 대통령의 강남구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는 것은 경호의 어려움을 이유로 백지화됐다. 하지만 사저 터를 이 대통령이나 김윤옥 여사가 아니라 아들 시형 씨(33)가 샀고, 매입자금에 ‘친척에게 빌린 돈’이 포함되면서 구설을 낳고 있다.
○ 내곡동 산 아래 788평
대통령경호처는 올 초부터 10곳 안팎의 후보지를 살핀 끝에 내곡동 ‘능안 마을’의 한정식집(수양)이 있는 곳을 찾았다. 한정식집과 주변 땅 9필지를 소유한 A 씨가 ‘땅 처분 후 미국 유학 간 딸에게 가겠다’며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았던 것이다.
청와대는 A 씨와 2개의 중개업자를 사이에 두고 협의하는 과정에 매입자가 청와대 경호처라는 점을 공개하지 않았다. 실제 계약 당사자도 시형 씨와 대통령실이었다. 이 대통령은 계약 직전인 5월 이 지역을 둘러봤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 왜 아들이 매입?
이 대통령 부부가 계약자가 아니란 점에서 ‘몰래 증여’가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요즘 세상에 퇴임 후 거주지를 사면서 아들에게 편법 증여하는 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냐”며 예산 절감이 이유라고 했다.
이런 고려 끝에 시형 씨는 부모님을 대신해 청와대 농협지점에서 부모 소유의 논현동 집을 담보로 6억 원을 대출받고, 나머지 5억2000만 원은 친척들에게서 빌렸다. 적용 금리는 5%대로 일반인 대출 때보다 낮지 않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은 퇴임 후 아들에게서 매매 형식으로 땅을 되살 예정”이라며 “그동안 시형 씨가 대신 부담할 (매달 250만 원 정도의) 이자도 정확히 계산하겠다”고 말했다.
○ 왜 논현동으로 안 가나?
경호처는 지난해 말 국회로부터 퇴임 후 경호처 터 매입비로 40억 원의 예산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이웃에는 대지가 최소 200평이 넘는 집들뿐이어서 평당 3500만 원인 땅값에 비춰볼 때 최소 70억 원은 있어야 이웃집 구입이 가능해 예산을 신청했지만 국회가 40억 원만 배정하면서 예산이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올해 말 경호시설 건축비로 30억 원 안팎을 요청한 상태다. 또 논현동 집은 주변의 3, 4층 건물에서 마당이 훤히 내려다보여 경호상 부적격하다는 판단을 경호처는 하고 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