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세계 경제의 향방을 보려면 다섯 가지 지표를 주목하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5가지 변수가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① 3분기 성장률
② 그리스의 향배
구제금융과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 가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맞먹는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된다. 유럽연합(EU)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등을 통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을지, 그리스가 추가 유동성 공급을 받을 만큼 신뢰할 만한 재정긴축 등의 약속을 지킬지가 관건이다.
③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친(親)성장 정책 가능성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각국 중앙은행 정책에서 장기 경제 성장은 안중에도 없다”고 말했다. 고용 확대로 성장을 추구할 여력이 없다는 것. FRB가 발표한 4470억 달러 규모의 ‘트위스트 오퍼레이션(단기채권을 팔고 장기채권을 매입해 장기채권의 이자율을 내리는 것)’도 별다른 약발이 없다는 평가다.
영국과 미국의 국채 가격이 각각 65년과 11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양국의 주가는 올해만 5분의 1이 줄어들었다. 이런 시장 분위기 때문에 건실한 글로벌 기업마저 투자 의욕이 떨어지고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⑤ 미국의 분열된 의회 정치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이었으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이후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 1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온 정부의 내수 자극 정책도 점차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의회 내 정쟁 때문에 경제위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의회 내 반대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시행될지 의문스럽다는 관측이 많다. 이 신문은 세계 경제에 어느 때보다 미국의 합리적이고 단호한 정책이 필요한 때이지만 내년 하반기 대선까지 다가오고 있어 미 정치에 큰 희망을 걸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