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영웅 이야기는 인기가 높다.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나 ‘코리아 갓 탤런트’는 영웅 만들기의 결정판이다. 즉석에서 순위가 나오며 역경을 딛고 꿈을 이룬 참가자의 인간 드라마가 그려진다. 안철수 신드롬은 슈퍼맨급 영웅의 탄생을 바라는 국민의 열망이 낳은 현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안철수 교수가 걸어온 헌신적인 삶 덕분이겠지만 기성 정치에 대한 반작용도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영웅 만들기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영웅 만들기에 방해가 되는 ‘불편한 진실’을 감추는 정도를 넘어 아예 조작을 하기도 한다. 이라크전쟁 초기인 2003년 3월 포로로 잡혔다가 구출된 제시카 린치 일병은 람보처럼 싸우다가 큰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8세의 나이에 미국의 전쟁 영웅이 됐다. 하지만 그는 기습을 당할 때 트럭이 전복되면서 다리를 다쳤고 이라크 의료진의 도움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3개월 후 워싱턴포스트에 의해 폭로되면서 체면을 구겼다. 미모에 금발인 린치 일병을 내세워 선한 미국과 악한 이라크의 대립구도를 부각시키려 했던 대표적인 영웅 조작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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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주일 시차를 두고 한국 야구 불세출의 스타 장효조와 최동원이 천국 스타디움으로 떠났다. 고인들을 기리는 상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지만 반대도 만만찮다. 둘은 투타에서 최고였지만 삶은 꼭 그렇지는 않았다. 이들이 고향팀의 사령탑이 못 된 이유다. 최동원 같은 경우 추앙을 받을수록 그를 매정하게 떠나보낸 롯데가 초라해지게 된다. 최동원 투수상이 제정되면 선동열 투수상은 어떻게 되느냐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영웅은 원하지만 모든 면에서 티끌만 한 흠결도 없을 것을 요구하는 지나친 엄격함, 한쪽이 영웅이 되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을 염려하는 이기적인 셈법이 문제다.
외국엔 선수의 이름을 딴 상이 많다. 메이저리그엔 투타 최고 선수에게 주는 사이 영 상, 행크 에런 상이 있다. 일본에는 최고 선발투수에게 수여하는 사와무라 에이지 상이 있다. 당연히 두 나라 모두 명예의 전당도 있다. 하지만 국내 프로야구에는 그런 게 없다. 장효조와 최동원은 완벽한 인간은 아닐지라도 야구에 관한 한 충분히 영웅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영웅이 있어야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품게 된다. 한국 프로야구의 모토도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 아닌가.
장환수 스포츠레저부장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