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보관창고 갖춰 놓고… 개당 20만원에 2만점 유통
관세청 서울세관은 21일 가짜 루이뷔통 가방을 생산해 밀수출한 일당 5명을 적발해 주범 A 씨(51)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나머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정품 시가로는 420억 원어치에 이르는 짝퉁 가방 2만 점을 만들어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가방제조업자인 A 씨는 서울 중랑구 신내동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부터 반경 1km 이내 주택가와 상가에 반제품 공장 1개, 완제품 공장 2개, 완제품 보관창고 1개를 두고 국내에서 원단 등 원자재를 구입해 가방을 만들어 왔다. 원자재 보관창고는 경기 남양주시에 두고 관광객이 많은 이태원에 판매용 창고를 마련해 일본으로 밀수출하거나 국내에서 유통시켰다. 원자재 구입부터 생산, 국내 판매 및 해외 수출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 상표법 위반 범죄가 적발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관세청 서울세관이 압수한 짝퉁 명품 가방. 서울세관은 진품과 다를 바 없는 ‘특A급 짝퉁’ 가방 420억 원어치(정품 시가 기준)를 만들 어 직접 국내외로 유통시킨 일당 5명을 적발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또 짝퉁 제품 거래를 숨기기 위해 정식 모델명을 부르지 않고 ‘김하늘 핑크 자가드’, ‘김혜수 씨마 사각’ 등처럼 연예인의 이름을 붙인 은어를 썼다. 이를 위해 가짜 제품사진과 카탈로그까지 만들어 서로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판매 대상을 일본인에게 맞춘 것도 특징. 이들은 일본인이 선호하는 바둑판 모양의 가짜 ‘다미에’ 원단의 루이뷔통 가방만 생산했으며, 압수물 약 6000점을 제외한 1만4000점은 주로 일본인들에게 팔았다. 개당 100만 원이 넘는 진품 대신 진짜와 구별하기 어려운 짝퉁을 찾는 수요가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서울세관 관계자는 “국내 단속이 강화되고 중국 인건비가 오르면서 밀수입이 쉽지 않아진 데다 한류 열풍으로 일본인 등의 한국 방문이 증가하면서 짝퉁 수요가 늘어난 점을 악용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