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법인세 및 소득세의 최고세율 인하 방안을 철회했다. 야당이 ‘부자 감세(減稅)’로 몰아세우자 여당도 주춤했고 복지 확대로 세금 쓸 일이 많아진 데다 글로벌 재정위기 이후 재정 지키기가 급해졌기 때문이다. 감세론자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당정회의에서 “정책의 일관성 및 대외신인도 유지를 위해서라도 예정대로 세율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물러섰다.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및 소득세 감세를 약속했다가 반대 논리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정치권은 선거 때 세금과 관련한 공약을 불쑥 내놓거나 모든 문제를 세금으로 풀려고 덤비다가 혼란만 일으켰다. 감세를 포함해 정부가 당초에 구상한 세법 개정안대로 하면 내년과 후년 2년 동안 세수(稅收)가 73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감세 철회로 대기업과 고소득자로부터 세금을 더 거두게 되면 세수가 2조8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추가되는 세수 2조 원은 2013년 정부의 균형재정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유럽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 확산을 거울삼아 재정 건전화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정부는 감세를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고 고용과 소비를 부추겨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 등 경쟁국의 법인세 인하 추세에 맞춰가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번 감세 철회로 민간의 투자활성화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도 정부가 행정 규제를 실질적으로 풀어줘야 한다. 국무총리실이 지난 2년간 새로 찾아낸 규제는 7000개가 넘는다. 올해는 폐지된 규제보다 신설된 규제가 더 많았다. 몇 년 전부터 막걸리 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쟁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국제경쟁력이 특히 떨어지는 서비스 산업에서 ‘숨어있는 막걸리’를 발굴하려면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과감하게 줄여 실효(實效)가 나타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