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원 논설위원
본무대에 올리기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주도면밀한 시나리오를 준비했음이 드러난다. 5일 밤부터 밤을 꼬박 새우며 자택을 지킨 취재진 앞에 나타난 안 원장은 박 이사와의 면담 여부를 “미정”이라고 했고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도 “50 대 50”이라고 했다. 언론이 사전에 알면 극적인 면담 성사라는 흥행요소가 반감될 것을 우려했을까. 하지만 안 원장 측은 기자회견 장소인 세종문화회관을 사전답사하고 예약했다. 안-박의 만남은 20분 만에 전광석화처럼 끝났다. 정해진 결론대로였을 것이다. 박 이사는 하루 전날 정해진 오후 3시 면담에서 한명숙 전 총리,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범야권 후보 통합 논의를 했다. 당사자들은 발끈하겠지만 안-박 두 사람을 상장주로 본다면 주가(株價) 띄우기다.
지난 1주일간 주식시장은 안철수 테마주를 중심으로 요동쳤다. 안 원장이 최대주주인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급등했다. 불출마 선언으로 7일 주가가 곤두박질했지만 한때 8월 말 대비 안 원장의 보유주식 가치는 467억 원이나 올랐다. 박 이사가 사외이사로 있는 풀무원홀딩스 주가는 6, 7일 연일 상한가다. 차기 주자로서의 가능성도 최고가다. 안 원장은 난공불락(難攻不落)으로 보이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인기도를 뛰어넘었고 박 이사도 서울시장 가상대결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정치쇼 한판으로 얻은 배당금치고는 화끈하다 못해 ‘잭팟’에 가깝다.
증시 전문가들은 탄탄한 경영을 토대로 한 실적이 받쳐 주지 않거나 성장성이 입증되지 않은 곳에 정치바람에 따른 기대감을 좇아 투자할 경우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특정 정치인이 요직에 오를 경우 어떻게든 덕을 보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말 그대로 희망 섞인 기대(wishful thinking)일 뿐이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대선 출마 시절 테마주로 불렸던 종목들은 사정기관 및 여론의 감시 속에 오히려 영업 손해를 입은 경우가 많았다.
정치인의 경우도 깜짝쇼나 극적인 모습을 연출해 올라가는 지지율은 덧없는 신기루다. 위민(爲民)정치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통렬한 고민을 하지 않았거나, 살맛 나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한 진지한 성찰로 속을 단단히 채우지 못한 정치인은 오래지 않아 깡통주로 판명이 날 것이다. ‘청춘콘서트’가 만들어낸 안풍(安風)이 새로운 ‘역사의 물결’을 만들어낼지, 한바탕 시장을 휘저은 거품주였을지 조금 더 지켜보는 도리밖에 없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