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 머리 깎고 야구장 갔더니 해고 통보”
김성근 전SK 감독. 스포츠동아DB
“오히려 편하다. 이런 게 사회생활 아니겠어?”
SK 김성근(69·사진) 감독은 18일 구단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아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지만 목소리는 평온했다. “어디냐?”는 물음에 그는 “집에 왔지. 이 시간에 집에 온 것도 오랜만이야”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부러질지언정 휘지 않는 성격. 그는 속으로는 힘들어도 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는 스타일이다. 그래서인지 “(잘렸지만) 오히려 편해.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야. 이런 일(해고) 한두 번도 아니고. 허허”라며 큰 소리로 웃었다. 프로 1군 사령탑에서만 6번째 해고 통보. 그러나 통화 내내 밝음을 유지하려는 목소리 사이사이로 착잡함과 아쉬움의 그림자가 배어나왔다.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에 실업자가 된 그는 “시간이 많으니까 뭘 할지 생각해보겠다. 머리도 식힐 겸 일본에 다녀와야겠다”며 모처럼 찾아온 여유를 즐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동안 실적도 있으니 언젠가는 다른 팀에서 러브콜을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이 나이에 누가 불러주겠어?”라고 반문한 뒤 “내가 야구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조만간 어디 대학이나 고등학교에 인스트럭터로 가서 선수들 가르치고 있겠지”라며 웃었다.
이재국 기자 (트위터 @keystonelee) keyst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