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MB작년 8·15때 내건 ‘공정 사회’ 성적 매겨보니… 전문가 10인 “평균 C학점”

입력 | 2011-08-15 03:00:00

‘공정 화두’ 1년… 박수는 없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지 1년. 이후 국무총리실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해 2월 ‘80대 공정사회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동아일보가 각 분야 전문가 10명에게 80대 과제를 15개 카테고리로 묶어 이행도를 평가해줄 것을 요청한 결과 정부의 공정사회 추진 성적은 평균 C학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 인사 공정성 제고가 우수 과제?

정부는 최근 내부 보고서를 통해 80대 과제 가운데 △공정과세 공정납세 △전관예우 관행 개선 △학력차별 해소 △인사·심사의 공정성 제고 △공정경쟁 질서 확립을 ‘5개 우수 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정부가 우수 과제로 꼽은 5개 과제 가운데 공정과세·납세, 학력차별 해소, 전관예우 개선에 대해 전문가들은 평균 B학점을 줬다.

공정과세·납세의 경우 국세청이 ‘체납정리 특별전담반’을 설치해 올해 상반기 고액·재산 은닉 체납자에게서 3001억 원을 환수한 점을 전문가들도 평가했다. 이는 2009년 연간 환수액의 73%, 지난해 연간 환수액의 58%에 이르는 금액이다. 하지만 징수 외의 과세정책에서는 아직 미진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관예우 개선과 학력차별 개선은 정부의 노력에 비해 아직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과제로 꼽혔다. 전관예우 개선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판검사, 고위공직자의 전관예우 금지 정책은 그 시도로 의미 있지만 (10월 시행되는 개정) 공직자윤리법이 얼마나 잘 지켜질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학력차별 개선에 대해서는 최근 은행권도 고졸 사원의 채용을 늘리는 등 기업의 고졸 사원 공채가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지표지수연구실장은 “교육과학기술부 고용노동부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련 부처 간 상호 협조가 미흡해 능력 위주의 열린 채용이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이재호 인턴기자 고려대 보건행정학과 3학년  
▼ 80개 과제중 ‘A’ 하나도 없어 ▼

정부가 인사·심사의 공정성 제고, 공정 경쟁질서 확립을 우수 과제로 꼽은 것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두 과제에 대해 전문가들이 매긴 점수는 C학점이었다.

인사 공정성에 대해 정부는 지역 인재와 취약계층의 공직 진출 확대를 내세웠으나 전문가들은 “흠결 있는 사람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은 여전히 불공정 사회라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공정 경쟁질서 확립에 대해서도 “투명한 (하도급) 계약 절차를 밟게 함으로써 기존 관행은 깼지만 당사자가 공감하기엔 아직 먼 얘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 부패 차단, 금융시장 정책은 낙제점

공직자 부패고리 차단 과제는 사실상 낙제점인 D학점을 받았다. 국토해양부 직원들의 연찬회 향응 파문에 이어 지식경제부 직원들의 룸살롱 업무보고 사실이 적발되는 등 공직비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포츠계 공정시스템 정착 과제도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D학점을 받았다.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학원 스포츠에서부터 만연한 비리는 고리를 끊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투명한 금융시장 규율 정립, 서민금융 피해방지·구제 강화 과제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축은행 사태는 (은행의) 허위 공시를 묵과한 금융시장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했다”고 말했다. 총리실이 내놓은 금융감독 혁신안에도 전혀 새로운 게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총리실 관계자는 “부패고리 차단, 금융시장 규율 등의 과제는 정부 스스로도 낮게 평가했다”며 “이들 과제의 추진 상황에 대한 점검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난 1년 동안 ‘공정’이라는 틀로 사회를 보게 된 것은 달라진 풍경이지만 국민의 공감대 형성에는 실패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공들여 만든 과제가 호응을 얻으려면 시민사회의 참여와 부처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재덕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정사회 과제의 개선 여부를 보여줄 수 있는 성과지표를 마련해 평가와 홍보의 설득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하정 인턴기자 서울대 정치학과 3학년  
김민정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과 4학년  

:: 평가 참여 전문가 (가나다순) ::

금재덕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김창환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지표지수연구실장, 라영재 협성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박찬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오필환 백석대 법정경찰학부 교수, 윤태범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