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투쟁보다 품질이 먼저” 평택 쌍용차 공장 르포
27일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코란도C 엔진에 각종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코란도C를 생산하는 조립1공장은 파업 전 목표량의 60∼70%를 생산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엔 100%에 달할 정도로 생산성이 향상됐다. 평택=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담배 피우며 일하기도
3년 전 조립공장에선 다른 공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작업자가 담배를 피우면서 조립 작업을 해 담뱃재가 조립하던 렉스턴 차량에 떨어졌다. 야근하면서 먹다 버린 컵라면이 라인 밑으로 떨어져 생쥐가 들끓기도 했다. 또 점심이나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조금이라도 빨리 공장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작업 공간을 한참 벗어나 미리 작업하는 ‘치고 나가는 작업’이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점심시간이나 퇴근 10분 전쯤 되면 컨베이어벨트는 돌고 있지만 작업장엔 사람이 없는 진풍경이 벌어지곤 했다.
관리자들이 막아보려 했지만 노조가 강성이었던 당시에는 불가항력이었다. 김 팀장은 “아무리 제지하려고 해도 강성 노조 때문에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며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져 목표의 60∼70%를 채우는 게 보통이었다”고 설명했다. 조립1팀의 유상국 공장도 “그때는 나쁜 관행이 너무 만연했고, 잘못된 게 너무 많아 지금처럼 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2009년 초 회사의 법정관리 신청, 인력감축안으로 시작된 노조의 총파업은 공권력 투입 등 최악의 사태를 불러왔다. 쌍용차는 그해 8월 6일 노사 간 협상이 타결되며 농성을 풀고 인력 구조조정 등을 거쳤다. 멈췄던 공장을 돌리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나 다시 찾은 쌍용차 본관 건물엔 파업 당시 노조원들의 새총 공격으로 건물이 상한 흔적이 선명했지만 직원들의 분위기는 확 달라져 있었다.
○ 직원들 눈빛 달라져
강성이었던 노조는 상급단체였던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면서 노조원과 회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노조원들에게 투쟁보다 회사를 먼저 살려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달라진 분위기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졌다. 최대 생산량 대비 실제 차가 만들어져 나오는 비율을 뜻하는 편성률은 3년 전 60% 남짓이었지만 지금은 85% 수준으로 높아졌다. 또 잔업이나 특근 시 가동률도 과거 60% 수준에서 지금은 99.5%까지 높아졌다. 근태사고율(한 달 동안 전체 인원에서 지각, 조퇴, 결근자의 비율)도 12∼16% 수준에서 5% 밑으로 떨어졌다.
코란도C 뒷좌석 장착 업무를 하고 있는 배성렬 기원은 “파업 전만 해도 라인이 멈춰 서면 편해지니 다들 좋아했고, 우리가 만들면서도 품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다”며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게 회사도 살리고 개인도 살린다는 것을 알게 됐고, 모두 열심히 일하면서 품질에도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2009년 상반기(1∼6월)만 해도 1인당 평균 생산대수는 2.6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17.5대까지 크게 늘어났다.
○ 지역 경제도 부활 조짐
최근 쌍용차가 살아나면서 평택시 경제도 부활 조짐을 보인다. 합정동의 한정식전문점 경복궁 점장 김기흥 씨(46·여)는 “두세 달 전부터 쌍용차 직원들이 외국인 바이어를 모시고 가게를 찾기 시작하는 등 경기가 살아나는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2007년 이후 4년 만에 아르헨티나에 액티언, 카이런 수출을 재개하는 등 사정이 점점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발생한 퇴직자 2000여 명 외에도 무급휴직자 456명은 회사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2교대로 생산이 이뤄질 수 있는 시점에 이들을 복귀시킨다는 방침이지만 현재까진 1교대로 생산 물량을 감당하고 있다. 쌍용차는 최대주주인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실시하고 있는 인수 후 통합(PMI) 작업이 마무리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경영 사정이 더욱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평택=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한동희 인턴기자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