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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학생, 고시학원 우르르… 내년 1월 첫 변호사시험에 ‘방학특강’ 문전성시

입력 | 2011-07-25 03:00:00

경험많은 법조인 키우고 ‘고시 낭인’ 없앤다더니…




2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학원에서 로스쿨 재학생들이 내년 1월에 치러지는 변호사 시험에 대비한 민법 강의를 듣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2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학원.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반인 김모 씨(35)가 두 달 동안 임차한 원룸주택을 나서 향하는 곳이다. 김 씨는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데 로스쿨 수업만으로는 부족해 신림동 학원에서 진행하는 특강을 들으러 서울로 왔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로스쿨 재학생들이 내년 1월 처음 실시되는 변호사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여름방학을 맞아 학교 도서관 대신 신림동 고시촌으로 몰리고 있다. 2개월 학원비는 로스쿨 한 학기 등록금과 맞먹는 500만 원 수준이지만 강의실은 전국에서 몰린 로스쿨 학생들로 가득하다. 일각에서는 로스쿨 학생의 학원행에 대해 시험이 아닌 교육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로스쿨의 기본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로스쿨 특수’ 누리는 신림동 고시촌

신림동 고시촌의 유명 학원 상당수는 여름방학을 겨냥해 6월 말부터 2개월짜리 변호사시험 특별강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3개 학원에만 인터넷 강의를 포함해 최소 250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 25개 로스쿨의 한 해 정원이 2000여 명임을 감안할 때 적어도 로스쿨 재학생 8명 중 1명이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A학원 관계자는 “한 해 사법시험 응시생은 평균 2만여 명으로 이 중 신림동 고시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은 10%인 200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고시 낭인’을 없애겠다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사시 준비생보다 로스쿨 준비생이 학원에 다니는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수강생 증가세도 가파르다. B학원 관계자는 “로스쿨협의회에서 실시한 모의시험이 끝난 후 수강생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여름방학을 맞아 신림동 고시촌으로 각 지역 로스쿨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빈 방을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신림동 고시촌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여름방학 두 달 동안 살 집을 찾는다는 문의가 늘고 있지만 단기 임대를 원하는 집주인이 거의 없어 방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 “학교 수업만으로 합격이 힘들다”

학원에서 운영하는 변호사시험 특강은 회당 수강료가 3만∼10만 원 선. 강의는 크게 선택형(객관식)과 사례형(주관식 논술) 기록형 시험으로 구성된 변호사시험에 맞춰 철저히 ‘실전용’으로 마련돼 있다. H학원의 경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시험 전반을 대비할 수 있는 심화집중강의를 개설했다. 주말에는 판검사 출신 현직 변호사가 직접 기록형 답안을 첨삭하고 강평하는 ‘토요특강’을 마련했다.

로스쿨 학생들이 학원을 찾는 이유는 학교 수업만으로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충청권 소재의 한 대학 로스쿨에 다니는 이모 씨(33)는 “로스쿨 수업이 지나치게 이론 중심으로 전개돼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일부 교수는 과거 모의고사에 나왔던 판례를 토씨 하나 안 바꾸고 수업 부교재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그는 “학원에서는 주 4회 모의고사를 보면서 실전감각을 익힐 수 있어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로스쿨은 출범 당시 이론 중심 법학부 강의와 달리 실무교육을 내세웠다. 하지만 대부분의 로스쿨은 6학기 과정 중 실무 수업이 법률정보조사, 법문서작성론 등 학교별로 3과목에서 5과목 정도에 불과하다. 경북대 로스쿨 신평 교수는 “법학부 시절 교육 방식과 로스쿨 교육은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지만 실상은 달라진 게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신림동 학원가로 로스쿨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에는 변호사시험을 주관하는 법무부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호사시험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법무부는 구체적인 시험 요강도 확정하지 않아 학교와 학생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 “학원은 해외에서도 일반화됐다”

사설학원이 로스쿨의 보조재로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고려대 로스쿨 윤남근 교수는 “미국에서도 로스쿨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을 보기 위해 6주가량 사설학원에서 수업을 듣는 게 일반화됐다”며 “로스쿨 수업의 초점을 변호사시험에 맞추는 게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균관대 로스쿨 노명선 교수도 “현실적으로 비(非)법대 출신들이 변호사 자격을 따는 데 3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며 “변호사시험은 최대한 난도를 낮춰 기초적인 소양을 측정하는 것으로 한정하는 대신 현장에서 실무 중심의 경쟁 체제를 갖추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nov@donga.com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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