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회사들은 정부가 강력한 물가억제 정책을 펴는 한 이 같은 일이 언제든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정책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정유회사, 2분기 영업이익 급락
이처럼 정유업체의 실적이 동반 부진에 빠진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묘한 기름값’ 발언 이후 정유회사들이 휘발유와 경유 값을 한시적으로 할인한 데다 공정위 과징금까지 물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은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이 기름값 할인으로 2300억 원, 공정위 과징금으로 1300억 원가량의 손해를 봤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2분기 실적은 정제마진 상승, 국제유가 급등,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수출 증가 등의 재료가 겹치며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렸던 1분기와 뚜렷하게 대조된다.
정유사가 이처럼 내수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하는 상황은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전국 500곳의 주유소를 골라 회계장부를 조사해 기름값 상승의 책임소재를 가리겠다고 나서는 등 여전히 기름값을 잡아 물가안정을 꾀하려는 정부의 서슬이 퍼렇기 때문이다.
○ 정유업계, 한-EU FTA ‘훈풍’ 부나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주요 정유사는 예측하기 힘든 정책에 따라 출렁이는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들은 하루 210만 배럴 수준인 국내 기름수요를 채우고도 100만 배럴가량을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지난해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에 2000만 배럴가량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다. 이 가운데 연간 150만 배럴 정도를 수출하는 항공유는 이번 관세폐지로 경쟁국 제품에 비해 배럴당 5, 6달러의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돼 해외 바이어들의 구입 문의가 늘고 있다.
해외시장 상황도 국내 정유사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국제유가가 다소 떨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중국의 산업 및 전력용 수요가 늘어나는 등 국내 정유사의 주요 타깃인 아시아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충분한 것으로 정유업계는 보고 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